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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해외 건설근로자 건강보험료 면제기준 합리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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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해외에 놀러가면서 건강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는 얌체족을 잡으려다 해외건설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해외 건설근로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일어났다. 건강보험료 이야기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골프 등 해외여행을 빌미로 건강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자산가들을 잡기 위해 국외 체류 건강보험료 면제기준을 1개월에서 3개월 이상으로 강화했다. 국외로 출국하면 출국일의 그 다음달부터 입국할 때까지 건강보험료가 면제되는 것을 악용하는 '보험료 회피'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2.5에서 3개월 단위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그 부담을 떠 안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료 납부 회피 목적이 아닌 비자발적·필수적 사유로 출국해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는 해외 건설근로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이는 보험료 부과 원칙에도 맞지 않고 타당성도 없는 것이다.

우선 비례의 원칙과 형평의 원칙을 훼손한다.

현재 섬, 벽지에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가입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50% 깎아 준다. 건강보험 급여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그런데 의료시설이 더 열악한 해외 현장에 근무하는 가입자는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울릉도에 근무하는 자는 보험료를 경감받고 이라크에 근무하는 자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3개월 이후에 국내에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고 할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의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할 수 밖에 없고, 그 기준에 따라 3개월 이내에 국내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해외 현장에서는 공기 준수를 위해 탄력근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공사 현장이 오지나 험지로 휴가 시 현지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가족 접견 등을 위해 국내 휴가를 선택하여 3개월 이내에 국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해외 건설현장에서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결국 성실하게 정부 정책을 따른 결과가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형건설업체 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3000명에서 4000명의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 보험료로 연간 약 8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개인적으로는 연간 150만에서 600만원까지 추가 부담하게 된다. 해외에 건설현장을 운영하는 중견업체와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액은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건설현장이 많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은 현지 의료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므로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건설 현장이 있는 현지 정부가 업무정지, 이동제한 명령을 내려 현지 자재, 인력수급 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현장에서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국내 건설업체들은 현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사업 102개 중 약 36.3%의 사업이 현지 정부의 지시로 공사중단 및 축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건설 현장은 자재, 장비, 인력 배치가 기후 및 지리적 환경 등에 따라 국내 현장보다 상당히 유동적이다.

예를 들어 우기(동남아 3개월 이상 집중호우) 등을 피해 특정기간에 집중근무가 필요하고 근로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일자별 근로시간 예측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해외건설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플랜트의 경우, 공기 준수가 생명으로 집중적인 탄력근무제를 적용하는 현장이 많다.

또 해외건설 현장의 근로자 18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5명이나 목숨을 잃을 때도 정부의 지원은 미치지 못했다.

해외 건설근로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명분도 정당성도 부족하다. 해외건설은 국가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국위 선양에도 앞장서 왔다. 근로자들은 건강보험료를 회피할 의사가 없다.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도 국익 창출을 위해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면서 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더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불이익이 해소될 수 있도록 복지부의 조속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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