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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가벼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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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 받은 쿠폰이 있어 퇴근길에 치킨집에 들렀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이 늘어났는지 가게 안은 분주했다. 여자 두 분이 닭을 튀기고 포장하느라 무척 바빠 보였다. 이십여 분 지나니 주문한 치킨이 나왔다. 나는 급하게 소리쳤다.

  “콜라는 빼주세요. 그리고 소스도 넣지 말아 주세요.” 그러자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치킨 무는 필요하시죠?” “아니요. 괜찮아요.” “소금은요?” “소금도 괜찮아요.” 직원은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어서요, 콜라 대신 치즈볼 하나 더 드릴게요.” 주인의 태도로 봐서 나는 좀 별난 사람에 속하는 듯했다. 하지만 먹지도 않는 것들을 준다고 모두 받아오고 싶지는 않았다. 내 손에 들린 콜라 없는 닭 한 마리는 한없이 가벼웠다. 소스도 무도 없었지만, 치킨은 적당히 간간하고 맛도 좋았다.

  필요한 것 외에는 받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두고 싶지도 않은 게 요즘 내 생활이다. 해가 갈수록 가벼운 것들이 좋다. 집에 있는 물건도, 몸에 걸치는 옷도, 먹는 것들도 그렇다. 특히 집에 두는 물건이나 먹는 것에는 철저하게 가벼움을 택한다. 가벼움마저 부담스러울 때는 아예 없애버린다. 집에 방 하나를 텅 비워놓은 것도 그렇고, 눈에 보이는 족족 필요치 않은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그렇다.

  먹는 건 더 심하다. 양념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만 넣고, 조리 시간도 짧게 한다. 싱거운 걸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살다 보니 모든 게 간소해졌다. 형편에 맞게 살아내려는 삶의 방편이기도 하다. 음식이나 물건을 주문하면 본 품 외에 달려오는 것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그럴 때마다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불편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안타까움도 인다.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무거움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몸마저 바람처럼 가벼워지고 싶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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