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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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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걀을 세우는 방법이 꼭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달걀을 깨야 되는 것인가? 어린왕자에 나오는 모자를 꼭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두 가지 예는 다른 생각, 새로운 관점을 설명하는 예로 쓰여 왔다. 하지만, 달걀은 꼭 깨서 세워야 하고, 또 모자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보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또 하나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단지 우리는 그들의 관점과 생각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믿으면서 우리 각자의 방법을 찾는 계기로 삼는다면 충분하다. 그것은 그냥 모자이고, 달걀을 세워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방식으로 세우면 된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경계선을 미리 그어놓고 그 경계선에 속박될 필요는 없다. 내 앞에 놓인 모자는 어린왕자의 모자가 아니고, 나의 모자다. 나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나의 모자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코로나19로 더욱 급속하게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로버트 퀸 미시간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세상이 전광석화처럼 바뀌고 있는데, 많은 개인과 조직들은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인 변화)를 포기하고 ‘슬로우 데스’(Slow Death, 점진적인 죽음)라는 파괴적인 길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란 전후 불경기에 태어나 사회·경제적 안정을 거친 세대를 지칭한다. 이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그 연령대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한민국에서는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약 900만 명이 해당된다. 미국에서는 1945~196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약 7,200만 명을 말하고, 일본의 경우는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약 680만 명을 말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은퇴를 시작했다. 세상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도 한 몫 거든다. 그럼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딥 체인지'를 회피하고 아직도 ‘내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었다’는 과거 영광의 추억에 갇혀있다면, '슬로우 데쓰(점진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모든 세대들에게 딥체인지를 요구하고 있다. 예외는 없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생각의 뿌리부터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딥체인지는 내가 바꾸고 싶다면 바꾸고,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난데없는 이 상황에 베이비붐 세대는 내동댕이쳐져 버리고 만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다시 세상의 주류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자기 삶의 주인공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세상의 문법, 즉, 새로운 생각, 새로운 습관을 익혀야 한다. 앞으로 30년 이상을 삶의 주인공으로 계속 살아가고자 한다면 바꿔야 한다. 첫째, 아직도 자신이 주류세력일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둘째, 바뀐 세상에 맞게 자신을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 해야 한다.

 

 군자의 도는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으며,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중용 15장)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의 시발점은 자신의 주변부터라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급작스럽게 변했다 하더라도 그 시작의 기본은 자신과 맞닿은 가까운 문제에서 시작된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음식주문은 키오스크를 통해서 하고, 인터넷 회사에서는 화폐를 만든다. 심지어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회사에서도 자체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요즘의 회식문화도 언택트 회식으로 바뀌어 다자간 화상통화를 하면서 회식을 한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줌(Zoom)의 화상을 통해 접속한 다음 각자 사온 맥주와 안주를 자기 방에서 먹으면서 화상으로 수다를 떨고, 즐거워하면서 우정을 다진다고 한다. 비대면 상태에서도 우정이 깊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생각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부터 또박또박 심도 있게 점검해 나간다면 캄캄해 보이는 현실의 문제도 또렷하게 알아챌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생각이다.

 

 다시, 고정관념이 무엇인가? 어떠한 의심도 없이 하던 대로 마땅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세상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하던 대로 행동하면 하던 대로 생각하며 살게 된다. 다르게 행동하면 다르게 생각하며 살 수 있다. 다른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문법을 잊어버리는 것에서 데서 시작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새로운 습관과 마주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은 첫사랑 자체보다 첫사랑 할 때의 그 감성, 그 열정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만약 베이비붐 세대가 첫사랑의 열정으로 새로운 세상과 첫사랑을 다시 시작한다면 자신만의 보아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규철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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