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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프라 평가체계
기사입력 2013-03-12 08:20:0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미국 내 인프라가 급격히 노극히 노쇠하고 있다. 문제는 노쇠하는 인프라로 인해 다른 산업들 또한 악영향을 받아 종국에는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경고하듯 지난 2009년 3월 미국토목공학회(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는 “미국 인프라의 상태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고, 이것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2.2조달러(2400조원)가 투자되어야 한다”는 분석결과를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바로 인프라 평가보고서(2009 Report Card for America’s Infrastructure)다.

 <표1> 미국의 인프라 평가보고서 중 일부 - 시설물군별 등급

 <표1>은 미국 인프라 평가보고서에 제시된 시설물군별 등급을 보여준다. 전체 등급은 D로 인프라 개선에 대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F(Fail)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프라를 대상으로 평가등급을 매겨 본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리나라에 이런 평가체계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본 연구는 이런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본고에서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인프라 평가보고서가 무엇인지 소개하고, 선진국의 인프라 평가체계 운영이 국내 인프라 관리 분야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프라 평가보고서란

 통상 ‘Infrastructure Report Card’로 명명되고 있는 인프라 평가보고서는 한 국가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종합 성적표’로 인프라 관련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보고서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교통, 상하수도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기반시설의 현재 물리적 상태, 관리 현황, 요구되는 조치 및 재원조달, 개선 방안 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인프라 평가보고서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 전략 및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민과 정책 결정자에게 현재 인프라의 상태 및 재정조달 관련 정보를 제공하여 국가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현재 이러한 평가 체계를 바탕으로 인프라 평가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도이다. 최초의 인프라 평가보고서는 1988년 미국에서 발행된 ‘Fragile Foundations: A Report on America’s Public Works, Final Report to the President and Congress’이며, 그 후 영국, 호주, 캐나다, 남아공 등의 국가에서 수년마다 자국의 인프라 평가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캐나다에서 발행된 ‘Canadian Infrastructure Report Card Volume 1: 2012 Municipal Roads and Water Systems’가 있다.

 <표2> 국가별 인프라 평가보고서 요약

 

 사례 조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남아공의 인프라 평가보고서

 본 연구에서는 5개 국가의 인프라 평가보고서를 분석하였다. 분석된 내용을 평가 대상, 주관 기관 및 평가 주체, 발행 주기, 평가 방법으로 구분하여 요약하면 <표 2>와 같다.

 첫째, 평가 대상은 국가의 사회기반시설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범주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초기에는 8개의 범주로 시작하여 2009년에는 15개 시설물군으로 평가 대상을 확장하였다. 캐나다는 2012년 보고서에서 4개의 시설물군만을 대상으로 평가를 수행하였지만, 향후 범주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을 공표하고 있다. 영국은 평가 시설물군의 개수가 적은 듯 보이나,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시설물군으로 통합한 경우이다. 이를테면, 철도, 도로, 항구, 공항과 같이 별도로 평가하던 것을 ‘교통’이라는 상위 수준의 범주로 통합하여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둘째, 주관 기관 및 평가 주체는 엔지니어로 구성된 전문 기관 또는 산ㆍ학ㆍ연ㆍ관으로 구성된 합동조직으로 대별된다. 미국, 호주, 영국, 남아공의 인프라 평가보고서 주관기관은 평가작업도 병행하였는데, 주로 토목공학회나 엔지니어협회와 같은 민간 전문가 집단에서 이 작업을 수행하였다. 반면 캐나다는 산ㆍ학ㆍ연ㆍ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보고서 발행을 위한 행정 및 재정조달, 보고서 발행을 담당하였고, 평가는 자문위원단의 자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셋째, 인프라 평가보고서의 발행주기는 보통 3~4년 정도이며, 지자체에서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발행하고 있다. 미국은 3~4년에 한 번씩 평가보고서를 발행하였으며, 최근에는 2009년에 발행되었고, 2013년 3월에 차기 평가보고서가 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호주는 2~5년, 남아공은 5년, 그리고 영국은 1~2년을 주기로 발행되고 있다.

 넷째, 평가 방법으로는 가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정성적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지자체의 시설물 관리주체로부터 사실 데이터를 수집하여 그것에 기초한 가중평균 방식을 적용하여 최종 등급을 판정하였는데, 객관성과 신뢰성을 상당히 제고한 사례로 판단된다. 평가 요소에는 단편적인 관점보다는 인프라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 물리적 상태, 용량, 재정조달, 미래수요, 운영 및 유지관리, 공중안전, 회복력을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이와 유사한 평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호주나 영국의 경우 인프라가 국가의 경제,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인프라 평가체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인프라 유지관리의 중요성 인식

 인프라 평가보고서는 국가와 산업 차원에서 인프라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축조된 인프라에 대해 적정한 유지관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앞서 소개한 국가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시설물 유지관리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였다. 이에 인프라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전략과 계획 수립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시설물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진단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었다.

 선진국일수록 인프라 유지관리에 투자되는 자금의 규모가 크며, 유지관리 분야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신규 건설의 20~40% 수준의 자금을 유지관리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최근 일본에서도 사회 인프라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해시 피해 경감과 예산의 평준화를 도모하기 위해 계획적인 유지관리를 통한 인프라 장수명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내 인프라의 대부분은 고도성장기에 정비됐으며 향후 급증하는 노후화된 시설의 유지와 보수가 심각한 과제로 대두된 것이 그 배경이다.

 다수 선진국에서 인프라 평가체계를 도입, 운영해

 북미 지역의 미국과 캐나다, 영국을 비롯한 호주, 남아공의 영연방국가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자국의 인프라를 평가하는 체계를 개발 및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사회간접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후 30~40년 정도 경과되는 시점에서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시설물의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심지어 시설물의 붕괴 사고가 발생하여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민과 언론의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프라 평가체계가 도입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1987년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분배를 목적으로 인프라 평가보고서를 발행한 후, 영국과 일부 영연방 국가와 인접 국가인 캐나다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부분의 미국 주 정부 또는 시 정부가 필요에 따라 관할 지역의 인프라의 물리적 상태를 평가하고 있으며, 2011년도에는 켄터키, 메릴랜드, 뉴햄프셔 등에서 권역 기반의 인프라 평가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인프라 평가체계의 필요성 및 활용

 선진국의 건설산업계는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건설된 후, 적정한 유지관리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 많은 애로사항을 겪으면서 인프라 시설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방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선진국 건설 전문가는 재정 예산과 관련한 주요 이해당사자인 국민(시민), 정부 예산 당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대화와 설득에 인프라 시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필수적임을 인식하였다. 또한 선진국의 정부와 정치권은 인프라 시설물 유지관리 분야에의 재정 투자를 일자리 창출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종합 인프라 시설물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하고자 하였다. 이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인프라 평가보고서에 담긴 정보가 국민(시민)이 국가(지자체)의 인프라 시설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 인프라 관련 정책 결정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뉴멕시코 주는 해당 주 인프라 평가보고서를 발간하여 공항과 홍수 통제에 관련한 인프라 시설이 매우 노후화되었다는 사실을 주민에게 쉽게 주지시킬 수 있었다.

 맺음말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를 ‘잘 건설하고 또한 잘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시설물이 고령화 단계에 도달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 인프라 관리 체계의 선진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최근 사후약방문 하듯 인프라 유지관리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효과적인 관리체계의 준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강상혁ㆍ이영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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