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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입찰참가자격제한제 ‘운용의 묘(妙)’ 살려야
기사입력 2015-07-06 16:01:2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제재 효력범위·기관 한정하고 재량도 넓혀야

 1970년 예산회계법을 통해 도입된 후 공공사업의 부정당업자에 대한 행정제재로 운영돼 온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근거 법률은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공공기관운영법, 지방공기업법 등이 있다. 복수 법률에서 규정함에 따라 각각의 법에 따른 처분들이 중복되거나 과잉처벌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대두됐다. 특히 최근 입찰참가자격제한이라는 행정처분이 본래 목적과 달리 기업 전체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사실상 형사처벌 이상의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물론 입찰담합 등 부정행위에는 상응한 처벌이 부과됨으로써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제재 결과가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 성장을 오히려 저해하고 기업의 사업 영위를 제한해 경영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제재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제한제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들을 고찰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공공공사 입찰담합 제재 현황

 

   


 <표1>처럼 입찰참가자격제한 관련 법률 모두 공정한 경쟁과 적정한 계약의 이행 집행 방해 여부를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고 있다. 부과 주체는 국가의 경우 각 중앙관서의 장이고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그리고 지방공기업의 경우에는 각각의 기관장들이 부과토록 돼 있다. 제한 대상은 계약대상자 또는 입찰자, 그 대리인, 지배인, 사용인이며, 부과대상이 법인 및 기타 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당해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지 아니한 대표자는 제외)된다.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기업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모든 입찰의 참여가 불가능하고 수의계약도 금지된다.

 작년과 올해 적발된 공공공사 입찰담합 건수는 각각 18건과 5건이다. 이는 연평균 2∼3건 정도였던 예년 수준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2014년에 적발된 18건은 주로 2009∼2010년 사이에 발주된 설계ㆍ시공 일괄발주(턴키)공사였고 4대강 및 경인운하, 철도 및 지하철 등 대형 토목사업과 폐기물처리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환경 관련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입찰담합 유형은 최소 2개에서 최대 21개사가 사전합의를 통해 입찰 참가자를 결정하거나 공구가 분할돼 발주된 사업의 경우 사전에 낙찰자를 선정하고 들러리 입찰기업을 결정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적발된 입찰담합 건과 관련하여 건설기업들에 843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기업마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모든 공공공사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이 확정 또는 예정된 상황이다.

 현행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문제점

 국가계약법 등 법률에서는 다양한 사유로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 업체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참가를 제한하고 있다. 계약법령과 공정거래법은 목적, 규율범위, 규제효과상 차이가 있으므로 담합과 같은 동일한 위반행위에 대해 각각의 법률마다 별도 제재가 이뤄져도 그 자체는 문제가 되기 어렵다. 반면 규제대상, 즉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는 건설기업의 입장에서는 각 법률에 따른 제재효과가 동시에, 일시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중복적이고 과도한 제재일 뿐만 아니라 제재를 감당할 한계를 넘어설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자 스스로 입찰담합 유인에 대한 억제력 및 법규 준수에 대한 동기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오히려 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법률의 제재 목적 및 적절한 수단, 그리고 이에 따른 효과 등을 고려해 각 법률 간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실효적이고 합리적으로 규제가 이뤄질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관련해 사업자가 받는 제재의 효과에 비해 제재 사유들이 지나치게 많이 규정돼 있다. 특히 입찰담합이나 뇌물공여, 사기 등의 경우 공정거래법이나 형법 등 기타 법령에 따른 제재도 가능하기 때문에 중복ㆍ과잉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다수의 공공사업과 관련해 적발 및 제재된 입찰담합의 경우 해당기업들로선 장기간 공공사업에 대한 입찰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일시적 폐업 상태를 초래할 뿐 아니라 공공건설시장에서 사업수행 역량을 갖춘 경쟁력 있는 입찰참가자 수가 감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업품질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의 제도 운영 현황과 시사점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기업의 부정당행위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 성격과 내용은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조달규칙(FAR)에서 부정당업자를 결정하는 주요 근거로 계약상대방의 계약이행능력을 활용하며, 계약이행능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일정한 범위에서 발주 등을 금지한다. 공공계약규정(The Public Contracts Regulations)에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명시한 영국은 제한 사유를 부패, 뇌물수수, 돈세탁 등 절대적 배제 사유와 파산명령, 영업 관련 범죄 등 상대적 배제 사유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 사유라 할지라도 발주기관이 특정 입찰자가 해당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실제로 인지’한 경우에 한해 배제한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도 부정당업자에 대해 모든 입찰참가에서 배제하지만 발주기관의 재량 혹은 사안에 따른 부가적인 처벌 형태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주요 선진국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입찰참가자격제한제 운영을 계약이행능력에 초점을 맞춰 계약의 불이행 또는 불완전 이행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행정기관의 행정적 목적에 의해 행해진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관련해 다른 기관의 요청을 받은 경우도 제한토록 한 것은 정부계약의 독자성에도 반하므로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제재 사유를 계약불이행에 대한 장치가 불완전한 경우로 한정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과징금 중심의 규제체계에 근간을 둔 선진국처럼 입찰참가자격제한제를 보완적 또는 부수적 제재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입찰참가자격제한의 탄력적 운영도 필요하다. 크게 효력범위를 한정하는 방안, 제한 기관을 한정하는 방안, 발주기관에 재량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산정할 때 위반 정도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으므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범위를 제재 사유가 된 또는 위반에 해당하는 사업범위(부문)에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제재 사유가 되거나 적발된 사업의 해당 발주기관에 한정해 적용하거나, 위반한 법률에 따른 처분으로 한정해 타 법률상 적용 확대를 방지하는 것으로 구분해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재 효과를 가지면서도 과도한 영업제한이란 비판을 완화할 수 있고 행정처벌의 최소침해원칙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발주기관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법은 각 발주기관이 위반 정도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 이익이나 산업의 특수한 여건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발주기관 재량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 여부를 결정토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기업 영업활동 과도제한 문제 해소해야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공공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건설기업의 처벌은 건설업계의 공정한 경쟁문화와 윤리경영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처벌의 일환인 입찰참가자격제한이 기업의 영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해 형사적 처벌 이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 입찰담합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과 발주처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도 건설기업이 감당해야 할 처벌이란 점을 감안할 때, 입찰참가자격제한으로 국내의 모든 공공공사에 대한 영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면 기업뿐 아니라 건설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입찰참가자격제한제의 목적이 공공공사 입찰에 계약이행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을 배제하는 것이고 입찰담합과 관련한 처벌이 과징금 중심임을 감안할 때 제도 운영이 계약의 불이행 여부에 따른 제재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포괄적 과잉규제인 입찰참가자격제한제의 적용범위를 제재 사유가 되는 사업부문에 한정하거나, 해당 발주기관의 향후 공공공사 입찰에 대해서만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탄력적 운영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제공-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리-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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