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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ㆍ민간 ‘기술개발 성과ㆍDB’ 등 종합관리 플랫폼 필요
기사입력 2016-01-11 15:35:2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연구기관 리포트> 첨단 건설기술 활성화 방안

 신기술 심사ㆍ선별ㆍ평가, 컨설팅 기능도 갖춰야

 R&D투자 성과 판단기준… 공사비 절감만으론 한계

 공사기간ㆍ생애주기 비용, 기타 유ㆍ무형 효과 고려를

 민간이 직접 수행 어려운 실험적 시설 발주ㆍ기술 적용

 정부 포함 공공이 주도해야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적 역량은 기업이나 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다. 건설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기술력이나 창의력보다 시장 및 제도적 요소의 영향이 더 컸다. 주택시장이나 공공 건설시장의 호황은 기업들로 하여금 기술력보다 급증하는 수요 물량 자체만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그리고 내수시장의 공공입찰 제도 역시 저가입찰이나 정책 차원의 물량배분 등과 같이 기술경쟁 이외 요소만으로 사업 수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이와 차이가 있다. 내수시장과 달리 기술 경쟁력이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장이다. 그렇다면 해외시장 공략이 불가피한 우리 건설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필수다. 반면 국내 건설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경쟁 상대인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열세에 있고 최근에는 중국, 터키 등 후발 주자들로 인해 가격 경쟁력으로도 버티기 힘든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기술개발(R&D) 투자는 기술 경쟁력을 향상할 핵심적 기반의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토교통 R&D 투자액은 연간 4500억원 규모로 지난 15년간 10배 가량 성장했고 공공 R&D의 주요 성과를 가늠할 기준인 논문, 특허 성과도 최근 5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R&D 투자가 ‘기술료 징수’, ‘현장 적용에 따른 공사비 절감’ 등과 같은 실제 현장 활용으로 이어지는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첨단 기술 활용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 원인일까? 먼저 R&D 투자정책의 방향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3년 국토교통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건설기술 경쟁력을 100%으로 볼 경우에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의 기술 경쟁력은 90% 이상이지만 우리나라는 72.9%, 중국은 60.2%로 평가됐다. 실상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특허기술이나 논문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 이는 그 동안 공공 R&D 성과의 주요 평가 잣대로 활용돼온 특허와 논문이 실질적 건설기술 경쟁력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른 이유로는 정부의 현행 신기술 장려제도가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1989년부터 건설 신기술을 지정, 보호하고 공공공사 설계에 반영하는 등의 신기술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건설산업 내 여러 주체들의 비판적 목소리도 높다. 발주자는 책임 부담과 기술 신뢰성 및 안전성 검증 문제로 인해 활용을 기피하려 하고, 설계자는 신기술의 설계 반영을 위한 정보나 기술자료 미흡을 지적한다. 시공자는 당초 예상한 신기술의 기대 효과가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 도입의 혜택은 발주자가 누리고 비용 부담은 계약자가 져야하는 구조도 기술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국내 건설산업의 기술 개발과 신기술 제도는 건설 현장의 실질적 기술 적용과 괴리돼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 R&D의 경우 하나의 섬과 같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R&D 메커니즘 때문만은 아니다. 특허와 논문이 양산되고 연구인력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실제 건설사업의 활용은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를 산업계가 보다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R&D와 그 결실인 신기술들이 사업성, 실용성, 제도적 장벽 아래 현장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건설기술 적용을 확산할 대안은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먼저 기술을 장애 없이 적용할 수 있는 환경부터 구현해야 한다. 기술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가용 기술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배타적이지 않으면서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융통성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건설기술 혁신 플랫폼, 가칭 ‘건설기술 혁신센터(CTIC, construction technology innovation center)’의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의 기술 혁신에 대한 인식 부족, 정보 활용 미흡, 관련 제도 미비 등의 문제를 보완해 건설교통 분야 첨단기술의 보급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이 플랫폼은 우선 공공과 민간 부문의 R&D 성과, 인증 신기술, 기존 가용한 내·외부 첨단기술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기술 풀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첨단기술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해 기술을 심사ㆍ선별ㆍ평가하고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적 활용기술 조사 및 등록 체계와 기술 마케팅 등의 전문성까지 갖춰야 한다. 세 번째로, 새 플랫폼은 국토교통부 등 공공 쪽과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의 건설 유관단체를 포함한 민간이 공동으로 설립해 공공 부문의 장점인 공정성과 민간 부문의 창의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 방향과 건설기업의 전략을 쇄신하는 일도 중요하다. 공공 부문의 R&D투자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만 해도 미래지향적 과제인지, 현장 적용 성과를 더 중요시하는 과제인지에 따라 달라져야 하고 평가기준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공사비 절감액만으로 현장 적용 성과를 판단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공기 단축, 생애주기 비용 절감, 기타 유·무형의 효과를 넓게 고려할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민간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인 실험적 시설의 발주나 첨단건설 기술의 적용은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이 주도해야 한다. 건설기업들로선 공공·민간 발주자의 요구가 없이 기업 자체적으로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건설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공기 단축을 위해 사전제작 및 모듈화 등의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거둔 사례들은 우리 건설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성도 높다.

 우리 건설기업들도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인 직접 개발, 기술 구매 및 적용, M&A 및 제휴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형 건설사들은 제품생산이나 시공 관련 기술보다 사업 프로세스 및 관리기술과 엔지니어링 기술에 집중하는 편이 적절하고 중소 및 전문 건설사들은 현장의 생산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런 분업을 통해 중소 및 전문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형기업이 구매, 활용토록 하는 방향의 기술장려 정책은 우리 건설교통 관련 기술의 혁신에 반드시 필요한 긍정적 순환구조를 정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희대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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