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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정월 대보름과 찰밥
기사입력 2019-02-18 08:48:3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보름날 찰밥을 해 먹으라며 엄마께서 찹쌀과 팥을 보내셨다. 엄마는 해마다 보름이 오면 찹쌀과 팥을 보내신다. 덕분에 보름을 그냥 넘겨본 적이 없다. 워낙 찰밥을 좋아한 데다 보름과 관련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왠지 서운해서다.

요즘은 정월 대보름의 의미가 약해졌지만, 예전에는 설보다 더 크게 지냈다고 한다. 상원(上元) 또는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불리는데 정월 대보름 기원과 관련해서는 ‘사금갑’(射琴匣) 이란 전설이 있다. <삼국유사> 권1 ‘기이(紀異)’ 편 소지왕에 관한 이야기다.

보름날, 임금이 행차하던 중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다가 쥐가 사람의 말로 이르기를 까마귀를 따라가라 했다. 까마귀는 이들을 연못으로 안내한 뒤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연못에서 노인이 나와 봉투를 주고는 ‘봉투 안의 글을 읽으면 두 사람이 죽고, 읽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고 했다. 임금은 신하의 말에 따라 글을 읽었다. 거기에는 ‘射琴匣(사금갑ㆍ거문고 갑을 쏘시오)’이라 적혀 있었다. 임금이 거문고를 쏘자 두 사람이 죽어 있었다. 왕비가 중과 내통하여 왕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이로부터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보름에는 풍속도 많았다. 새벽 첫닭이 울면 부인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었는데 ‘용물뜨기’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용알줍기’, ‘새알뜨기’, ‘복물뜨기’라고도 불린다. 가장 먼저 용알을 뜨면 운수가 대통하고 그 물로 밥을 해 먹으면 무병장수하며 풍년이 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아침에는 부럼을 깨 먹거나 귀밝이술을 마셨다. 그리고 자정에 이르면 달집을 태우고 쥐불놀이를 하며 풍년을 빌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도 대보름에 관한 추억이 많다. 동산에 올라가 보름달에 소원을 빌었고, 오곡밥과 나물을 먹었다. 또한 무서운 줄도 모르고 쥐불놀이하는 남자아이들을 따라다녔다. 보름날 아침, 친구 집과 친척 집을 돌아다니며 더위를 팔기도 했다.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친구들과 마을 집들을 돌아다니며 부뚜막에 올려놓은 밥을 훔쳐 먹는 일이었다. 그때는 그런 일이 당연했다. 오히려 어른들은 얼마간의 음식을 부뚜막에 올려놓았다. 원래 얻어먹는 밥이 맛있는 법, 바가지에 담아온 밥을 먹으며 우리는 보름을 즐겼다. 그 밥은 남의 자식, 내 자식 가리지 않던 동네 어른들의 사랑이기도 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보름의 의미가 약해졌지만 그래도 덕담 한마디쯤 건네는, 그런 날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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