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홈 뉴스
[마음의 창] 내 마음 속 나무들
기사입력 2019-02-21 14:52: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누구든 나무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게 꿈나무든, 실제 나무든 간에. 내 속에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수고스럽게 가꾸지 않아도 그것들은 내 마음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딱 그만큼의 높이와 부피로 내 기억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한 그루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다. 어릴 적 마당 구석진 곳에 생뚱맞게 서 있던 무화과나무와, 옹색한 화단에서도 잘만 자라던 측백나무와, 십년 넘게 살았던 아파트 화단에서 눈부시게 꽃을 피우던 목련은 내 마음 속 정원의 나무들이다.

무화과나무는 어머니가 유난히 좋아했던 나무였다. 또 옹색한 화단의 측백나무는 내가 가지치기를 해주며 정성을 들였던 나무였고, 아파트 화단의 목련은 아버지가 내려다보며 노년의 외로움과 시름을 달래던 꽃이었다. 그 나무들은 내 생의 한때를 환기시켜주는 매개물이자 증거물이다. 그 나무들은 불시에 내 묵은 기억을 소환해내고, 나를 당시로 이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나무들은 그곳에 남아있지 않다. 개발을 이유로 무참히 밑동이 잘려서는 폐기처분됐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추억을 소환당하는 때가 있다. 추억을 불러내는 것들은 많다. 음식이거나 유행가거나 혹은 다른 그 무엇이거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무가 그 스위치 역할을 한다. 길을 찾는 이정표로서의 나무도 있고, 사랑의 정표로서의 나무도 있고, 상실을 환기시켜 주는 나무도 있다. 그것들은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양 그대로 내 속에 자리하고 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은 더 애틋하고 아련한 향기를 뿜어낸다.

나는 나무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혹한을 견디는 법과 시련을 견디는 법 같은 거 말이다. 또 다가올 시간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나무들에게서 배운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의 정령을 믿는 사람도 많다. 나무에 얽힌 수많은 전설들은 나무의 불가해한 힘과 신성을 강조한다. 성황당 옆 신목도 그중 하나이지 않던가.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천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고무밧줄로 뿌리가 칭칭 감겨서는 대충대충 식재될까 봐서이다. 이번에는 제발 뿌리가 다치지 않게 정성들여 심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만났던 밑동 굵은 나무처럼 사람들에게 위안과 추억을 안겨주는 그런 나무로 자랐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 은미희(소설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건설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 보시고 실시간 입찰정보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건설경제i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구글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구글
인쇄
팝업뉴스 닫기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