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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기사입력 2019-02-26 08:50:2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떠올리면 ‘선운사’ 노랫가락과 툭 하는 소리 들린다. 눈물 후드득 떨어뜨리는 울음과 홍근한 낙화.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시붉은 꽃 덩어리가 목이 댕강 부러진 채 벌건 눈깔로 누워 있는 꽃. 나무에 피어 있을 때보다 땅 위에 누워 있을 적이 더 처연한 통꽃, 이는 동백꽃뿐이리라.

소꿉친구 춘희는 우리집 상머슴의 맏딸이었다. 우리집 바로 밑에 사는 춘희네 오두막집 어귀엔 작달막한 참동백 한 그루, 꽃은 가지 끝이나 잎 겨드랑이에 꽃자루도 없이 피었다. 흠치르르한 앞면과는 달리 이파리 뒷면은 까슬하고 잎 가장자리엔 톱니 무늬가 물결쳤다. 늘 울음 그렁그렁한 춘희 엄마와 똑 닮았다.

작살비 오던 그날, 아직은 젊고 붉은 나이인데도, 춘희 엄마는 빈 입에 독약을 털어 넣고 말았다. 간간 자지러지고 바르작거리더니, 간질병이 도진 춘희 엄마는 때도 없이 횡설수설하며 방바닥을 나뒹굴기도 하더니, 토악질하다가 게거품 물고 눈자위 뒤집힌 채 나자빠지곤 하더니,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춘희 아빠가 논 물꼬를 보러 간 대낮에 문고리를 안에서 틀어잡고서. 난 지 이레밖에 안 된 핏덩이 춘희의 막내 동생 동희를 두고서.

아낙의 통절과 딸년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을 때는, ‘툭’하는 둔탁한 소리만 남긴 채 춘희 엄마는 동백꽃처럼 통째 떨어진 후였다. 딸만 내리 셋을 낳은 춘희 엄마, 무슨 서러움이 서려 자진한 것이었을까. 빗속에 웅성대는 동네 사람들 너머엔 상기도 목 놓아 우는 춘희 울음소리만 낭자했다.

동백꽃을 보면 반백 년도 지난 그 춘희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아슴아슴하고 갈신거린다. 작달막한 키에 얼굴이 갸름하고 가르마를 반듯이 탄 그 춘희 엄마. 그 응어리진 한, 아직도 이울지 않은 채 세 갈래로 갈라진 갈색 열매되어 동백 숲에 누워 있다.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그 꽃 말이에요.’ 정태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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