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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귀인을 기다리며
기사입력 2019-02-27 08:55: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금 나는 금연 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초에 담배를 끊었다. 금연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면서도 힘들다. 흡연자 중 9할은 흡연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금연이 어려워서라고 장담한다. 돌이켜보면 나란 사람은 참으로 지속적으로 흡연과 금연을 반복했다. 거의 매년 1월1일 금연을 단행했다는 기억이다. 그러다 어떤 계기가 생기면 다시 피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떤 해는 3월부터 또 어떤 해는 7월부터 아니면 9월부터 다음해를 기약하며 흡연을 재개한다. 1년 열두 달 중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열한 달까지 금연을 했는데 평균적으로 표기하자면 상반기는 금연하고 하반기는 흡연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만큼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나는.

30년 전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이름을 알 만한 제약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처음 전철을 타는 등 지금 생각해도 첫 출근 풍경은 새롭기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그날 사무실 풍경이었다. 그때는 너무도 당연하다 여겼던 일이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장면이었다. 아침 일찍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여직원들이 부장님을 비롯한 남자 직원들의 책상을 청소하면서 커다란 재떨이를 비우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 청소가 끝난 후 회의실에서 아침 회의를 했는데 부장님을 비롯한 간부들은 여직원들이 깨끗이 비워놓은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어가면서 회의를 진행했다. 상상할수록 얼마나 원시적인 장면인가.

그러던 세상이 얼마나 급변한 것인지 여러 해 전 등산을 하다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흡연기간인 하반기라 산 중턱에 이르러 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저 멀리 뒤따라오던 중년 여성들이 산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것 아닌가.

“거기 몰상식하게 담배를 피우는 분, 담뱃불 좀 끄세요!”

사무실처럼 밀폐된 공간도 아니고 나로서는 괜찮다 싶었는데 맑은 공기 마시러 산에 올랐다 기분 잡쳤다는 표현이었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뭘 어쩌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그 즉시 다시 금연하고 싶었지만 미적거리다 결국 그해 연말까지 흡연을 계속하고 이듬해 설날에 이르러서여 겨우 습관처럼 다시 금연을 했다.

담배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약이다. 마약은 마약인데 합법적인 마약이다. 심심해도 생각나고 분주해도 생각나는 이중성이 묘하다. 속상해도 생각나고 기뻐도 생각나고. 밥을 먹어도 생각나고 술을 마셔도 생각나며 아무런 이유가 없이도 수시로 생각나니 마약이 분명하다. 오죽하면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스트레스가 피우는 것보다 더 해롭다는 주장까지 수시로 듣다보면 마약일 수밖에 없다는 정의를 내리게 된다.

아무려나 나의 현재 금연은 아직 상반기라 견딜 만하지만 머지않아 여름이 오고 가을도 오면 밀물처럼 흡연의 유혹이 혹독하게 밀려오리라. 그렇더라도 이번 해에는 금연에 꼭 성공하려 한다. 그래서 장차 날 도와줄 귀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분은 절대 거짓말인 게 티 안 나도록 “당신 또 하반기 되었다고 다시 흡연 시작하면 3년 안에 죽어!” 하고 차갑게 말해줄 어느 의사 선생이시다.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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