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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봄이 오고 있다
기사입력 2019-02-28 08: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어느덧 봄이 가까이 왔나 보다. 바람의 냄새가 사뭇 다르다. 햇살에도 푸른 기운이 서려 있다. 얼음이 풀리고 우레가 울며 땅속의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머지않았음이다. 햇살도 한결 부드럽고 나무들도 속으로 새순을 키우는지 봄바람에 가만가만 흔들리고 있다. 내게 봄은 초록의 기운으로 온다. 어린 시절 산골에서 자란 덕분에 초록에 대한 향수가 짙다. 그래서 봄이 오면 마음에 먼저 초록 물이 든다. 아마 고향에도 벌써 마당 가, 담벼락, 개울가, 논둑 밭둑에 파릇한 봄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을 거다.

어렸을 적 봄에 대한 기억은 장독대로부터 시작된다. 그때만 해도 봄날은 맑고 청량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당연히 햇살 좋은 날, 엄마는 장을 담갔다. 장 담는 시기는 정월에서 삼월까지라 했고 좋은 날을 택했다. 예전에는 장 담그기가 집안의 큰 행사여서 여인들은 몸을 정갈히 하고 마음가짐 또한 바로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경칩이 가까워지면 겨우내 얼었던 마당에 흙이 포슬포슬해졌다. 장독대에도 햇살이 그득했다. 엄마는 장을 담그기 전, 짚을 태워 항아리 소독을 했다. 소금물에 메주를 둥둥 띄운 다음, 빨간 고추와 새까만 숯덩이도 서너 개 넣었다. 그렇게 담근 장은 두어 달 정도 숙성시켜야 했다. 장맛은 정성이 제일이라며 엄마는 항아리를 애지중지했다. 일 년 내내 식탁에 빠지지 않던 장은 그렇게 봄의 기운을 듬뿍 머금고 깊은 맛으로 익어갔다.

봄이 더 무르익으면 아이들은 바구니를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나섰다. 논둑 밭둑에 지천이던 나물을 캐며 아이들은 한껏 신이 났다. 아이들 웃음소리에 산에는 진달래 꽃송이가 방글방글 벌어졌다. 아이들이 캐온 쑥 향이 집안에 퍼져갈 즈음, 제비도 처마 밑에 집을 짓고 나비도 팔랑대며 날아들었다. 강아지와 닭까지 뛰어다니던 고샅은 봄이 되면 분주한 소리로 가득 찼다. 작은 마을 구석구석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고향을 떠난 뒤에도 봄은 무시로 찾아왔고 나는 해마다 막연히 봄을 기다렸다. 도시에 산 뒤로 봄은 마음으로 먼저 느끼는 계절이 되었다. 예전처럼 장을 담그지도, 나물을 캐지도 않지만, 그래도 봄은 언제나 반갑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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