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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참나무와 까치집
기사입력 2019-03-05 10:34:5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이곳에 서 있으면 사철 변함없는 것은 골짜기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뿐이다.

수리산 바람골의 나목들은 또 다른 언어로 말을 하고 있다. 잠을 자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게으른 것도 아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나간 계절, 푸르게 혹은 붉게 자신을 치장했던 과거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가장 진솔하게 말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이때만이라도 솔직한 모습으로 산속의 친구들에게 마음을 연다. 허공에도 귀를 열고 날아드는 모든 새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한다. 사람도 목욕탕에서 만나면 서로 허물이 없듯이 나목의 순수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벌거벗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담백한 삶을 살아가는 현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모든 집착을 놓아버려 걸림이 없는 자유인을 보는 듯하다. 속이 단단하면서도 겉으론 드러나지 않으며, 혹한의 시련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분신 같은 잎과 열매를 나눠주면서도 늘 낯빛이 한결같다. 이웃의 잘못을 나무라지 않고, 늘 높은 곳을 꿈꾸며 하늘을 본다. 그래서일까, 큰 참나무 밑에 서면 군자의 넉넉한 향기가 풍겨온다. 속이 깊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듯이 바람골의 참나무들이 그렇다.

커다란 나무 위에 빈 까치집 하나가 얹혀 있다. 부지런한 까치 두 마리가 대화를 한다. 지난봄, 이 집에서 새끼를 친 까치는 옛집을 기억하고 찾아온 것일 게다. 사람 또한 고향은 아무리 멀어도 잊지 않는다. 까치는 다시 집을 수리하고 알을 품을 것이다. 까치에게 집이란 어떤 존재일까.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나면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서 잠시 사용할 뿐이다. 사람은 집 한 채 마련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될수록 크고 좋은 것을 선호한다. 또 집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때도 간혹 있다. 저 높은 곳에서 욕심 없이 자연에 순응하는 까치들이 순간 존경스럽고 부러워지기도 한다. 참나무 역시 아무 사심 없이 가지를 내어주니 소유의 다툼이 없다. 한 쌍의 까치는 최선을 다해 나뭇가지를 물어오고 날이 저물면 날개를 접고 쉬면서 오래잖아 보금자리를 튼튼하게 수리할 것이다. 햇살이 따듯한 봄날 이곳은, 까치들의 노랫소리가 연둣빛 참나무 잎 사이로 바람 타고 가득 퍼져 갈 것이다.

이순금(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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