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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농부와 꿔병이
기사입력 2019-03-06 08:43:1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수화기 너머의 과수농사꾼 오빠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야, 동생! 네가 병아리를 잘 기른다 하는데 이번엔 꿔병이 한 번 길러볼래?”

  “그게 뭔데요?”

  “꿩의 새끼지. 방금 길 건너는 놈들 붙잡아왔어. 무척 예뻐 야.”

혀를 차보아도 소용없다. 이미 붙잡아 왔다지 않는가. 어미와 새끼가 몇 십리 밖으로 분리된 상태. 마침 나도 전원생활을 구실삼아 시골집에 가서 소일하고 있던 터라 대답도 거부도 아니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한 시간쯤 후, 박사공부까지 마치고 장가들어 아기도 둘이나 둔 장조카가 상기된 얼굴로 종이상자를 들고 들어선다.

“너라도 만류하지!”

“그럴 새도 없었어요. 논산 밭둑에서 트럭 가득 유채장다리를 베어오던 중인데, 도로를 건너는 꿩병아리가 눈에 띄자 아빠가 황급히 차를 세우고 뛰어가 붙잡은 걸요. 어미는 벌써 새끼 한 무리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쟤네들만 아스팔트 위에 아장거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빠가 다른 차들 오면 치인다고 서둘렀어요.”

안 봐도 훤하다. 고물고물한 저 녀석들을 그냥 놔 보낼 냉한 가슴이 못 되어 덮쳐 훔친 것이다. 겉으론 오빠를 탓하지만, 합세한 지식인 조카도 나무랐지만, 실은 나도 몹시 궁금했다. 꿔병이란 녀석들을 처음 보는 까닭이다. 유년기에도 산으로 들로 누비는 것은 거의가 남자들이었기에 나는 천방지축 놀아볼 새가 없었다. 그런데 그 귀여운 야생의 아기들이 저절로 내 곁에 왔다. 닭의 초란(初卵)만해서 손안에 쏙 들어오는 다섯 마리가 앙증스럽기 그지없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아파트로 옮겨온 꿔병이들은 성질 급하게 팔딱거렸다. 며칠 뒤엔 새 모이를 줘도 시큰둥하고 우유를 빨대로 찍어 먹여도 소용없었다. ‘제발 먹어라. 힘내서 산으로 가자’했지만, 그 어여쁜 천사들은 시나브로 내 품을 떠나 정원 살구나무 밑동께로 돌아갔다. 다섯 자식을 떠나보낸 것처럼 가슴이 아리고 눈에 밟혀 받아온 것을 내내 후회했다. 다행히 아무도 그들의 안부를 물어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시 새봄을 맞은 어느 날, 육십 중반의 오빠에게 넌지시 “앞으론 그러지 말어”하자, “그렇지. 맘이 안 좋지~”하더니 금세 홍조 띤 얼굴에 눈을 반짝이며 말이 바뀐다.

“그래도 말이지. 그게 맞는데 말이지, 그 귀여운 놈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농부가 있으면 어디 손 들어보라고 해!”

울 오빠라는 농부, 늙으려면 아직 멀었다. 김선화(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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