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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간절한 소망
기사입력 2019-03-08 09:31:2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아파트 앞 도로가에서 옛날과자를 팔고 있는 트럭을 보았다. 트럭 안 가판대에는 여러 모양의 과자들이 푸짐하고도 먹음직스럽게 쌓여서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옛날과자라고 부르고 있지만 ‘센베이’라고 부르는 일본식 과자였다. 모양과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가진 과자는 골라 먹는 재미도 그만큼 쏠쏠하다. 나는 파래가루가 뿌려져 있는 부채꼴 모양의 과자를 샀다. 그 과자에 얽힌 추억이 입맛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추억을 맛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기 전이었으니까 아마도 대여섯 살 때쯤이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살던 동네에는 센베이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있었다. 무쇠로 만든 과자틀에 걸쭉한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구워내면 부채모양의 과자가 나오는데, 나는 그게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하루종일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동작들을 반복했고,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과자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지만 내 기억에 그 과자가 썩 잘 팔렸던 것은 아니다. 다들 사는 형편이 어려웠던 터라 간식거리에 소비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동네에 센베이 과자 가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베이 과자 가게 조금 떨어진 곳에 손가락 과자를 만들어 파는 곳이 있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굵은 모래 속에 씨과자를 집어넣으면 금세 커다랗게 부풀려진 과자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우리는 그것을 손가락 과자라고 불렀다. 손가락에 그 과자들을 하나씩 끼우고 장난을 친 탓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손가락 과자는 센베이 과자보다 훨씬 쌌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센베이 가게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손가락 과자는 아이들이 와서 종종 사가곤 했다. 내가 트럭에서 산 센베이는 그때의 센베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얇고 고급스럽다. 모양은 그때와 같지만 추억 속의 그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추억 속 그 과자들은 맛도 맛이지만 행복감도 함께 주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던 시절에 어쩌다 먹는 과자는 무척이나 맛있었던 것이다. 한데 요즘 아이들은 지금의 넘쳐나는 이 풍요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지 모르는 듯싶다. 그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간절함 뒤에 얻어진 수확은 그만큼 반갑고 소중하기만 하다. 얼마나 간절한가에 행복의 강도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나에게 간절한 것은 이 땅의 평화다. 평화,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말인가. 은미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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