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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우두머리와 지도자
기사입력 2019-05-02 07:0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농장에서 도축장으로 운반하기 위해 트럭에 약 60마리의 돼지를 싣게 되면 짧은 시간 안에 그중에서 우두머리가 생긴다. 그리고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 60마리를 계류장에 하차시키면서 다른 농장에서 실려 온 돼지 60마리와 같이 120마리를 한 공간에 두게 되면 곧바로 다시 새로운 우두머리가 출현한다. 소리를 질러 상대를 제압하는 것인지, 힘으로 몸싸움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눈싸움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어느 무리든 반드시 우두머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왜 집단에는 우두머리가 존재하는 것일까. 먹이를 가장 먼저 차지하기 위해 서열을 정하는 것일까. 힘의 논리에 의해 각자 편안한 공간을 차지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본능일까. 어쨌거나 그렇게 우두머리는 생기기 마련이며 그 우두머리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든 해당 집단의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곧 죽을 돼지에게 무슨 질서가 필요할까 여기겠지만 곧 죽더라도 죽기 바로 전까지는 삶이라 먹어야 하고 누워야 하며 순서를 정해야 한다. 죽으려고 옮겨지는 차량 안에서도, 대기실에서 죽는 차례를 기다리는 데도 삶에는 질서가 필요하게 되어 있다. 누가 우두머리냐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는데 공평한가, 공평하지 않은가의 문제만 다를 따름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가정에는 가장이 있고 범위를 넓히면 마을에는 이장이 있다. 학교에 가면 교장이 있고 학원에는 원장이 있다. 더 넓히면 시에는 시장이 있고 도에는 도지사가 있으며 한 나라에는 대통령이 있다. 그들 역시 모두 우두머리다. 그러나 단순한 우두머리는 아니다. 지도자라는 표현에 어울린다. 가장은 가장다워야 하고 이장은 이장다워야 한다. 교장답지 않거나 원장답지 않으면 교육의 목적이 이루어질 리 없다. 시장도 도지사도 대통령도 우두머리가 아니고 존경받는 지도자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 자리에 스스로 오르지 않아야 한다. 만인의 뜻에 따라 가장 뛰어나고 합리적인 자가 추대되어야 한다.

  무릇 우두머리란 어떤 무리 안에서 가장 힘이 센 자일 것이다. 그런 의미의 우두머리란 스스로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도자란 조직이나 단체를 앞장서 거느리고 이끌 자질을 갖춘 자일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란 스스로 차지한 경우도 가끔 있겠으나 다수에 의해 선택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우두머리만 있어도 질서는 유지되는 법이지만 기왕의 질서라면 공평하게 유지되면 더 좋으리라. 하물며 민주주의라는 사람 사는 세상의 틀 안에서 지도자의 임기가 곧 죽을 돼지처럼 남겨진 시간의 질서유지 개념이라면 너무 슬프다. 같은 생명, 같은 시간이지만 사람과 돼지는 분명 달라야 한다.

 

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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