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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설계기준, 미검증 제품 판로만 열어줘
기사입력 2019-05-10 05:0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긴급진단] 위태위태! 복공판 <하> 말많은 복공판…교통정리될까 (끝)
   
콘크리트 복공판이 깔린 건설현장. 안윤수기자 ays77@

 



국토부, 작년 4월 설계기준 변경

신제품 개발 장려가 목적이지만

안전 위한 필수기준 갖추지 못해

전문가 “제값 받는 풍토 위해서

정부가 발주방식·공사비 손봐야”



한강다리 중 통행량이 가장 많은 임시다리에 쓸 복공판을 청소업체나 정수기회사가 공급한다면?

황당하지만 2년 전 이런 일이 벌어질 뻔 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 10월 실시한 ‘A대교 복공판 구매’ 입찰에서 개찰 결과, 인테리어ㆍ청소업체와 정수기 판매회사, 장갑 도매업체 등이 1∼4위를 차지했다. 청소업체와 정수기회사 2곳은 서울시로부터 적격심사대상자 통보까지 받았다. 결국 양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복공판 제조업체인 Y사와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이 과정에서 관급자재가 사급자재로 바뀌었다. 단순 해프닝으로 웃어 넘기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입찰참가 자격에 제조공장 등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두지 않은 서울시의 행정도 논란을 키웠다.

국가건설기준을 심의ㆍ제정하는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심판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가설교량 및 노면 복공 설계기준’(복공 설계기준)의 틀을 확 바꿨다. 2016년 6월 건설기준 코드화에 따른 통합정비 후 2년여 만이다. 새 기준은 복공판의 규격ㆍ치수와 종류에 대한 규정을 없앤 대신 현장여건을 고려해 적합한 복공판을 쓰라는 게 골자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기준의 복공판 종류ㆍ치수는 예시로 든 것 뿐인데 이를 근거로 민원이 잦아 특정 제품에 대한 내용을 뺐다”며 “복공판의 규격이나 특정 제품을 설계기준에 담으면 새로운 제품개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미검증 복공판이 난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장려하려는 정책 취지와 달리 불안전한 복공판의 공급판로를 만들어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 기준과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토목ㆍ건축 공사를 아우르는 상위 기준인 ‘강구조 설계기준’(2017년 12월 개정)은 용접 불가 강재(SS강종)와 적용 범위(판두께 22㎜ 이하)까지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2차 부재로서 용접구조용 강재(SM재)의 입수가 곤란한 경우에는 용접시공시험을 통해 용접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SS275 강종에 한해 사용 가능하다’처럼 예외조항까지 디테일하다. 건설용 납볼트의 경우 설계는 물론 시험기준까지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다.

대형 철강사 관계자는 “두께 7㎜짜리 H빔을 쓰는 복공판은 기준치(22㎜)보다 훨씬 앏아 열로 인해 변형이 올 수 있다”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담아야 하는 복공 설계기준은 어느 정도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복공 설계기준은 ‘설계기준상의 하중조건에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품’, ‘현장여건에 적합한 복공판 적용’처럼 두루뭉술하다. 물론 이번에 새로 추가된 내용도 있다. 부재 설계 기준에 콘크리트 복공판 설계를 위한 ‘KDS 14 20 00’(강도설계법)을 새로 넣었다. 콘크리트 복공판은 깨짐으로 인한 잦은 하자와 콘크리트 폐기비용 등 논란이 많은 제품이다.

이번 복공 설계기준은 한국건설가설협회 주도로 집필위원 5명이 작성하고, 국가건설기준센터 건설기준위원회 10명의 자문검토를 거쳐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7명이 심의했다. 촘촘한 자문ㆍ심의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이런 위원회 방식은 대체로 초안에 대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준과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세월호 사고 2개월 전 경주에서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는 지붕 패널을 떠받치는 금속 구조물인 중도리 26개 중 14개를 제대로 결합하지 않았고, 주 기둥 등에 저강도 부재를 쓴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사고로 대학 신입생 10명이 숨지고, 214명이 다쳤다.

이명재 중앙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부실 자재로 불량 복공판을 만드는 업체들도 ‘괜찮겠지…’란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기업들은 제대로 된 제품을 쓰고 제값을 받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정부도 이런 풍토를 만들기 위해 발주방식과 공사비를 손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복공판 시장 전부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S사 대표는 “건실하게 영업하는 복공판 제조업체들이 대다수”라며 “암이 생긴 부위만 핀셋으로 도려내야지, 빈데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식으로 정부가 후속대책을 추진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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