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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다이어리] ‘배심원들’
기사입력 2019-05-10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문소리가 보여주는 ‘명불허전’의 의미!
   

어떤 조직에서나 맨 앞에 나서지 않아도 중심을 꽉 잡아주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고 주위를 윽박지르지 않아도 범접하기 힘든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주위를 압도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빈 구석들을 꽉 채우고 녹슨 부분들을 닦아주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위 말하는 ‘미친 존재감’의 소유자들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배우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예전과 달리 출연 비중이 작더라도 등장 자체로만 작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각광받고 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은 연기 내공이 찬란하게 빛을 발할 때 대중은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15일 개봉될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에서 또다시 ‘인생연기’를 경신한 배우 문소리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배심원들’은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쫄깃하게  담아낸 법정물. 문소리는 첫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인 김준경 역을 맡아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연기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배심원들’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갑자기 나라의 부름을 받고 모인 9명의 배심원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경은 앞에 나서기보다 개성이 다른 9인 9색 배심원들이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주업무인 인물. 모두가 빨리 끝내고 싶은 재판에 끝까지 문제제기를 하는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와 8명의 배심원들이 진실이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박형식을 비롯해 조한철, 김흥파, 서정연, 백수창, 윤경호, 조수향, 김미경 등 9명의 배심원들이 빚어내는 차진 연기 앙상블이 깨알재미를 선사하는 가운데서도 문소리는 ‘미친 존재감’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선굵은 연기력으로 영화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며 기존의 ‘걸크러시’와 색깔이 다른 ‘멋짐’이 가득한 생활형 여성 캐릭터를 완성한다. 소리 지르고, 화 내지 않아도 권위와 위엄이 서는 모습은 문소리가 연기했기에 가능하다는 찬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배심원들’은 충무로의 저력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명품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스토리, 스마트한 연출력이 어우러져 뛰어난 완성도의 경쾌한 법정물을 완성했다. 특히 시나리오까지 쓰며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을 선보인 홍승완 감독은 ‘올해의 발견’이다.

 

최욱(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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