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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칼럼] “이대론 선거 치르기 힘들다”
기사입력 2019-05-10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난달 중견주택업체의 수도권 모델하우스 오픈 현장을 찾았다. 총 550여가구를 공급하는 이 현장은 앞서 3월에 공식 분양했지만 청약자는 공급 가구수의 10%도 안됐다. 서울과 붙어 있는 신도시여서 사업자가 느낀 충격은 더욱 컸다. 이 업체는 공식분양 때는 모델하우스도 개관하지 않다가 추가 분양에 나서면서 모델하우스를 열고 그랜드 오픈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였다. 공식분양(사전분양) 후 미분양분을 분양할 때는 청약통장 등 각종 청약자격에 제한이 없어 누구나 신청금 100만원과 신분증만 있으면 청약할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도 6개월로 줄어든다. 9ㆍ13 대책 이후 실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골라서 사용하는 심리를 이용, 분양성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서 청약 대상자를 늘리기 위해 이같이 편법을 사용한다.

 

 서울지역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낮은 청약률에 더해 당첨자가 정당계약기간 중에 계약을 안하거나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분양가가 높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계약을 망설이거나 복잡해진 청약제도 탓에 부적격자가 많이 나온 점 등이 복합 작용했다. 부동산 조정이 시작됐다는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입지 좋은 곳의 미계약분은 돈 있는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이다. ‘서울 미분양’은 업계가 우려했던 규제강화 여파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정부는 엊그제 3기 신도시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마무리했다. 신도시 발표는 장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지는 모르겠으나 사업자들이 당장 계획하고 있는 사업의 진행이나 분양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부동산 관련 카페에 가보면 집을 가진 사람이든 무주택자든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늘어놓는다. 어렵게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기대 수익이 떨어졌다고 불만이고, 유주택자들은 큰 집으로 갈아타기가 어렵다며 원성이다. 무주택자들도 각종 대출과 청약 규제로 주택 장만하기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푸념이다. 카페에서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논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정부의 주택 정책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기회가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 카페에서 가장 좋은 주택 정책은 ‘자기가 보유한 집값 올려주고, 내집 쉽게 마련할 수 있게 해 주는 정책’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주택시장 전망을 물어봤다.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전망에 의미가 없다”며 대부분 손사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분위기를 바꿀 반등 요인이 거의 없다. 지난해 진행된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세제와 대출 등 규제 강화로 주택 구입을 막아 놓은 탓에 실수요자들까지 정상 거래에 나서지 못한다. 실제 현재 세부담을 보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는 최고 3.2% 중과된 상황에서 종부세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새로 만들었다. 특히 유주택자들은 추가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지역 무주택세대의 경우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모두 40%까지 묶었다.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의 경우에도 50% 수준이다. 거래절벽과 가격하락, 지역별 미분양이 더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상태를 이 정권 내내 끌고 갈 수는 없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에 대한 출구전략 마련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 계층, 특정 주택보유자에게 세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정책들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속할 수도 없다는 진단이다. 그렇다.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데, 현 정부는 국지적인 시장에 집중해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실수요자는 물론 주택사업자와 다주택자 등도 시장에 필요한 주체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 안정세가 확고해질 때까지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정부를 편들기에는 경제 상황이 너무 위태롭다.

 부동산 카페에는 정부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부동산 규제를 풀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내년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고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분석까지 덧붙는다. 수려한 글솜씨와 전문가 뺨치는 분석력은 기본이다. 소위 뇌필셜이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심정적으로 동조한다. 부동산 규제로 올해 건설분야에서 1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사업자의 절반 이상이 사업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10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전분기 대비 -0.3%)며 정책 당국자들에게 강펀치를 날렸다. 전망과 통계가 온통 어둡다. 여권에서조차 “이대론 선거 치르기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전문가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대출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 편법이 등장하고 돈 많은 사람들의 잔치가 된 주택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서태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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