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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등꽃 - 김명인
기사입력 2019-05-14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봄이 저물면 화려한 꽃 잔치가 끝난 것 같다. 잠시 빈틈이 생기는가. 아니다. 한쪽에서 연보랏빛으로 오동나무 꽃과 등꽃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보랏빛으로는 뭇 시선을 끌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을 아는지 짙은 향기로 코끝까지 자극해 댄다. 가히 등꽃의 계절이다. 등나무는 칡덩굴과 만나면 서로 반대로 감고 오르는 습성 때문에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칡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가 만나서 생긴 말이 갈등이다.

 그러나 세상만사 상대가 있는 법,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칡을 만나지 않고 사람을 만나면 등나무는 제대로 쓰이게 된다. 꽃도 아름답고 향기도 그윽하며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준다. 줄기는 꾸불꾸불 멋스런 지팡이를 만들어 효도하게 하고 가느다란 가지는 대나무 대신 바구니를 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껍질은 질겨서 종이 원료로도 쓰이는 것을 보면 버릴 것이 하나 없다. 가을이면 작두콩 같은 열매도 주렁주렁 달리는데 겉은 융단같이 부드럽고 껍질은 나무보다 더 단단하며 씨앗 주변은 다시 연하게 보호하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 마음을 보는 듯해 감동까지 준다.

 그 등꽃도 한순간이다. 찰나처럼 지나간다. 설핏 풋잠 들었는가 싶은데 금방 꽃잎이 진다. 봄날의 청춘만 눈 깜짝할 새 지나는 것이 아니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건너는 시절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사랑은 추억만 남긴 채 짧게 지나가고 사막같이 뜨거운 길만 땀 흘리며 아프게 오래 걸어가야 한다. 꽃 피고 지는 일도 갈등인가. 나와 그대의 짧게 끝난 사랑 다음에 찾아온 현실도 갈등인가. 그 갈등으로 생기는 업들도 가만 따지고 보면 내가 만든 것임을.    

 

배준석(시인)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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