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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웃음보
기사입력 2019-05-15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웃음보가 어떻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웃음보가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웃음이 많아 어머니로부터 빈축을 사기 일쑤였는데, 웃음보는 사람의 왼쪽 뇌에 있다고 밝혀낸 로스앤젤레스의 ‘이차크 플리드 박사’가 있다. 간질발작의 원인을 찾고자 연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웃음보는 왼쪽 대뇌의 사지(四肢)통제 신경조직 바로 앞에 있었다는 것. 16세 소녀에게 이 부위를 되풀이해서 자극하자,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내 웃음보는 여느 사람의 것보다 조금은 크지 않을까 하는 의혹이 인다.

고향 마을 이웃집에는 아들 형제를 저능아로 둔 이가 살고 있었다. 한때 우리들과 어울려 학교에 다니기도 했던 이들 형제는, 나이가 들면서 어눌하고 모자란 행동을 하는 것이 차츰 드러났다. 그렇지만 그의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 앞에 언제나 웃는 낯이었다. 밖에서 말썽을 부리고 돌아오는 자식을 보면서도 언짢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어린 내 소견으로도 그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어쩌면 그는 울고 싶은 마음을 삭여 웃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집안에 바보아들이 둘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녀의 웃음소리는 담을 넘어 우리 집에까지 들려왔다.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 앞에서, 그가 대범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웃음은 빼놓을 수 없는 생리현상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웃으면 길이 열린다고들 한다. 환자가 병을 근심하여 상을 찌푸리고만 있다면, 가족은 물론 본인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생활 속에서 웃음을 잃는다면 이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오래 전 웃지 말자고 하면서 폭소를 자아내는 게임이 있었다.

“―웃음거리 합시다. 웃어도 안 되고 이빨 보여도 안 되고 여러 가지 합.”

그러고는 고(高)자세로 있다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볼 안 가득 물려 있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웃음보가 팽창해질 대로 팽창해지는 놀이였다.

여기저기,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친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러한 때에 마주보아 즐거운 사람과 사심 없이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우리는 지금 웃음이 절제된 생활에 익숙해져, 웃음보가 점점 작아져가는 것은 아닌지.

 

김선화(수필가)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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