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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효성 있는 주거종합계획을 위하여
기사입력 2019-05-24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정부는 지난달 23일 ‘포용적 주거복지, 실수요 중심의 안정적 주택시장, 편안한 주거환경’ 등을 비전으로 하는 2019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수많은 각종 대책에도 여전히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높은 주택가격과 전ㆍ월세는 서민들에게 주거 고통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심의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취약계층의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실효성 있는 주거복지 향상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도시 서민들의 삶터인 도심에서의 공공주택 공급이 매우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도심 곳곳에 산재한 주민자치센터, 파출소 등 노후 불량 공공청사를 재건축하거나, 재개발ㆍ뉴타운 해지 구역 등을 활용한 공공주택 확보 방안이 적극 마련되어야 한다.

  또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상향하는 한편 정비업자 업무 범위와 운영비 대여를 제한하는 등의 규제책을 도입할 방침이다. 서울시 역시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도 재개발과 같은 세입자 보상대책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영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정부 방침의 취지는 공익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정작 사업주체인 정비사업 조합․추진위의 사업추진 의욕을 앗아가고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이미 과도한 규제로 인해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도시정비 사업이 계속되는 규제정책으로 인해 사업 추진의 의지조차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가득하다.

  현행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 30%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을 통해 1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각 지자체에서는 시행령 범위 내에서 조례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 중이다.

  지난달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방침에 따르면 조례에 위임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고, 주택수급 안정 등 구역 특성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서 최대 10%P 범위에서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비사업을 통한 임대주택은 공공임대로만 활용하도록 하며, 임대기간이나 임대료도 제한하는 부가적인 공적 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임대주택 공급비율만 상향함에 따라 사업주체인 조합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재개발 사업의 경우 서울 마포, 용산, 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업성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상향되면 조합원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속출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오히려 임대주택 공급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지 않은데 이를 더욱 높이면 늘어난 조합원 부담으로 사업 진행이 어려워 질 것이라며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조합의 숨통을 터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게도 재개발과 같은 보상대책 도입을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 시행자로 하여금 철거 세입자에게 재개발에 준하는 손실보상을 강제할 방침이다. 손실보상 대상으로는 주거 이전비, 동산 이전비, 영업손실 등을 포함한다. 손실보상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로서 용적률을 최대 10%까지 높여 줄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세입자 손실보상을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 조건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라며 “정비계획 단계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명시하고, 도시계획위원회(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고 밝혔다.

  세입자 보상대책을 법에 명시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관련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도시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정비법에 의해 같은 법률안에 묶여 있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사업의 성격과 법적 기반이 다른 사업이다. 때문에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게 재개발과 같은 보상을 강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리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상응조치로 제시한 용적률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재건축 사업에서는 임대주택 의무 건립, 기반시설 설치 등에 따른 보상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문제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한계로 인해 인센티브로 받은 용적률을 다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울시가 세입자 보상대책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 해도 이는 그림의 떡일 뿐, 실제론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 시의 용적률 인센티브가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층수 제한 해제나 기반시설 설치비율 재조정 등 조합에 필요한 실질적 인센티브 조치가 따라야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건축ㆍ재개발 등의 도시정비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규제를 모두 동원하는 모양새다. 당장은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안정세를 보이는 것 같지만 이러한 규제 일변도로는 정상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 언젠가는 규제를 풀어야 하고 그때는 또다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더욱이 갖가지 규제가 중첩돼 도시정비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경우 도심 내 주택공급 절벽으로 추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진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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