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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가와 주거의 공생이 요구되는 시대
기사입력 2019-05-29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생물학에서는 생물 간의 관계를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서로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 한쪽만 이익을 얻는 편리공생, 그리고 한쪽이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한쪽에 손해를 입히는 기생의 관계로 분류하고 있다. 진딧물과 개미의 관계나 악어와 악어새와 같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를 상리공생이라 하며, 말미잘과 흰동가리의 관계나 고래와 빨판상어처럼 한쪽만 이익을 얻는 관계를 편리공생이라 한다. 반면 육식동물이나 모기처럼 필요할 때만 손해를 입혀 이익을 가져가거나 버섯이나 기생충처럼 늘 손해를 입히고 이익을 가져가는 관계를 기생이라 한다. 생명을 가진 생물이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 가지의 방식이 아닌 그 존재에 따라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다양함을 가진 자연의 본모습임을 보게 된다.

  생물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택하듯이 도시도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한다. 어떤 도시는 상호 이익을 공유하게 되고 어떤 도시는 한쪽의 이익에 절대적인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도시들은 대부분 주거 중심의 도시와 일터 중심의 도시를 기본으로 하게 된다. 일터가 단순한 생산이나 소비에서 서비스산업까지 들어오면서 도시의 종류가 다양해진 면이 있다.

  도시를 구분하자면 주거가 주를 이루는 도시와 생산이 주를 이루는 도시,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상업이 발달한 도시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시의 이미지는 큰 단위로 나뉘고 세부적으로 도시 안에서 다시 주거지역과 생산지역, 그리고 상업지역으로 나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역은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공업지역과 상업지역으로 속성이 부여되며 그 속성에 맞게 법에 의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주거지역은 상업이나 공업시설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고 상업지역은 주거시설이 제한되어 있다. 각 지역의 고유한 설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28일에 상업지역의 주거비율을 완화한  조례를 시행했다. 비주거의 의무비율을 30%에서 20%로 낮추고, 주거용 용적률의 상한을 400%에서 600%로 상한용적률을 조정했다. 물론 늘어난 용적의 5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시가 용적률 완화에 대해 발표한 것이 이례적이다 보니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시 중심부에서 비어 있는 상업시설이 늘어나고 지속적인 서민들의 주거안정의 필요와 침체되고 있는 부동산경기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고자 한 정책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었다. 그러나 해석의 내용들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상업지역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이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상업지역에 대한 주거시설의 건축을 지속적으로 제어하고 있었고 상업지역은 상업시설이 전용되는 것이 고유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체적이었지만 상업시설로 구성된 상업지역에 주거의 필요가 인정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지역은 시대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상권의 위치를 달리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상업지역의 흥망이 생기면 부득이하게 일부 상업지역이 슬럼화되는 현상을 반복하게 된다. 물론 흔히 이야기하는 역세권 등의 위치로 말미암아 슬럼화가 약간의 경기를 타는 정도로 끝날 때도 있지만 상업지역의 번성은 지속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상업시설은 고정적인 거주와 달리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유입으로 만들어진 상업지역의 번성은 성장 속도만큼이나 쇠락의 폭도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도시를 구성할 때 주거와 상업은 분리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주거 안에 상업지역이 혼재되어 있으면 주거로서의 기본 생활이 침해받게 되며, 상업지역으로 구분된 곳에 주거기능이 유입되면 상업지역 본래의 기능이 퇴색될 것을 염려해서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각 기능의 분리로 인해서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생기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주거에서 상업지역으로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교통의 혼잡이 커지고 상업지역에서 휴일의 도심 공동화 현상과 직업을 잃은 시민들의 도시탈출 현상까지 상업지역으로 대변되는 도심은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2일 주민공람을 통해 조례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용적률 완화에 대해서도 도시건축공동위를 거쳐 7월에 고시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발표가 있었다. 정책을 입안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지역에서 주거와 상가의 관계는 생물의 관계처럼 한쪽이 기생관계이거나 한쪽만 이익을 얻어가는 관계가 아닌 서로가 가장 중요한 필요 대상인 것이다. 상가에는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인구가 주거에서 공급되어서 유행이 바뀌게 되면 사람이 찾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근거리에 고정인구가 있으므로 사람들의 필요를 계속해서 공급하게 되고, 주거는 근거리에 일터나 활동공간이 생기면서 주거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게 되어 다양한 주거 방식이 만들어 질 것이다. 상업시설이 밀집된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스스로 자생가능한 주거시설이 바탕이 되어 준다면 좋은 상호작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지역에 주거시설의 공급확대를 위한 선택들이 비록 한시적이라고 하긴 하지만 단순한 주거시설 확대를 넘어서 도시의 활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법구(라임건축 대표,  건축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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