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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역패권의 변천과 미ㆍ중 무역전쟁 전망
기사입력 2019-05-30 06:00:2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미ㆍ중의 무역전쟁이 확전일로에 있다. 관세뿐만 아니라 무역을 떠받치고 있는 기술과 자원, 금융까지 상대방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기세이다. 앞으로 미ㆍ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과거 글로벌 무역패권의 변화와 무역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역을 하나의 산업으로 전문화하고 글로벌 무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주머니칼을 이용한 청어 가공기술을 개발해 유럽 전체 포획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면서 무역패권국의 기반을 다진다. 1602년에는 세계 최초로 동인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만6000척 이상의 상선을 보유하면서 전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네덜란드의 무역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게 영국이다. 영국은 해상패권 장악을 위해 1651년 항해조례를 발표하고 네덜란드를 겨냥하게 된다. 양국은 17세기 중반에 해상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세 차례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한 차례씩 승리를 주고받은 이후, 1672년부터 3년간 벌어진 제3차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하면서 네덜란드 무역패권은 크게 약화된다. 특히, 18세기 제1차 산업혁명을 영국이 선도하면서 무역패권은 영국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영국은 1854년에 항해조례를 폐지하고 1875년에는 공산품을 수입관세율 0%로 완전 개방하면서 19세기 세계 자유무역을 선도한다.

  그러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도 20세기 들어 미국이 부상하면서 그 위세가 약화되기 시작한다. 미국이 1929년 대공항 발생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1930년 스무트-할리 관세법을 통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하여 1932년에는 과세 품목의 평균 관세율을 53.2%까지 높인다. 이에 영국을 비롯한 23개 무역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전 세계적인 무역 위축과 경기 침체가 발생하게 된다. 1928년 전 세계 수입량이 601억달러였는데 1938년에는 236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을 보면 얼마나 극심했는지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 무역패권을 장악한 미국은 1948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출범시키며 세계적인 자유무역 시스템을 구축한다. 1947년 세계 평균 관세율이 40% 정도였는데 1995년도에는 4%로 낮아진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본은 1960년대 철강, 1970년대 전자ㆍ자동차, 1980년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 산업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무역패권을 위협하게 된다. 이에 미국은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와 함께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를 대폭 절상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서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되었고 미국의 무역패권 지위는 지속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이러한 미국의 무역패권은 중국의 부상으로 크게 흔들리게 된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수출이 급격히 증가해 2009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부상한다. 이에 미국은 2005년 중국의 섬유제품 수입제한을 시작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다.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철강 등에 대한 대규모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작년 7~9월에는 1차 관세전쟁을 벌인 이후 8개월여 만에 지난 5월10일 미국은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5월13일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제2차 무역전쟁이 발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대표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와 환율 대응을 예고해 놓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제한 등의 조치를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미ㆍ중 무역전쟁의 전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아 미국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역사적으로 17세기 네덜란드와 영국과의 무역전쟁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군사적으로 절대 우위인 미국이 유리하지만 21세기 무역전쟁에서 군사적 해결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음으로 20세기 전반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와 미국과의 관세 대결 구도에서는 무역이 급감하면서 양쪽 다 무역이 급감하고 경제가 피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세 번째로 20세기 후반 미ㆍ일의 무역전쟁의 경우 미국이 반덤핑 등 보호무역주의 조치와 환율카드를 써서 일본의 무역패권국 도전을 좌절시킨 경우이다. 그러나 중국은 당시 일본과 달리 무역 규모가 이미 미국을 초월하였고, 작년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폭탄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6.7% 늘어나고 무역흑자도 11.6% 증가한 것을 볼 때 쉽게 주저앉을 것 같지 않다.

  향후 전개될 미ㆍ중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변수가 실물경제에서의 기술과 화폐경제에서의 환율이다. 우선 산업기술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미국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제조 2025’ 시책이 현실화되기 전에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기술인력 측면에서 미국내 주요 대학의 연구자가 중국인으로 채워진 것은 이미 오래 되었고, 화웨이 경우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통신 등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환율은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최근 미국은 자국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국가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포석을 깔고 있다.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화폐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미ㆍ중 무역전쟁의 단기적인 분수령은 6월 말 일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대립구도가 정상 간 극적인 타협으로 일단락을 짓게 되면 당분간 무역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겠지만 장기적인 패권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관세에서 산업기술과 환율 문제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ㆍ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지만, 양국과의 적극적인 통상협력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간다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국가균형발전위 파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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