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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치주의에 반하는 신용도 평가규정 개정해야
기사입력 2019-06-03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법률은 벌점을 받은 자에게 입찰 시 반드시 불이익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부의 하위 규칙에서는 실제 불이익을 주고 있지 않다면? 법률은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자에게는 재차 벌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부의 하위 규칙에서는 오히려 벌점보다 더 큰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 바로 건설기술진흥법령상 PQ 규정 이야기다.

  건설기술진흥법은 위법 행위에 대한 행정제재 수단으로 등록취소, 영업정지, 벌점 부과를 규정하면서 벌점받은 자에게는 입찰 시 불이익을 주도록 규정하면서도 입찰참가제한과 영업정지 처분(이하 ‘입찰참가제한 등’)을 받은 자에게는 다시 벌점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이중적 행정제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법제53조 및 동법시행령 제87조).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 제28조 및 ‘건설사업관리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18-942호)’(이하 ‘PQ 규정’)에서는 입찰참가제한 등을 받은 자에 대한 불이익(감점)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위 국토교통부 고시에서는 시행규칙에도 없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자에 대한 감점도 규정하고 있다. PQ 규정을 적용할 경우,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감점이 부여된다. 반면 벌점의 경우에는 일정 이상 누적된 경우에만 감점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실제 벌점으로 인하여 감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규정에서 감점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벌점보다 더 큰 불이익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하위 규정이 상위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하위 규정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침익적 행정행위로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치 행정의 원리에 비추어도 적절치 않다. 즉, 벌점의 경우 동법 제53조에 그 불이익을 주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한 감점의 근거가 되는 법률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법령상 벌점에 대한 불이익을 감점의 방식으로 부여하는 점에서 결국 벌점 부과와 감점 부여는 그 제재의 실질과 효과가 동일하여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한 감점은 또 다른 형태의 입찰참가제한 등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보면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한 감점을 위해서는 감점 부여의 법적 성격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현행 법률이 벌점에 대한 감점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상 위임명령은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한하여 발할 수 있는 바, 앞서 설명한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한 감점의 성격과 효과를 감안하면 동법 제35조 제2항의 사업수행능력 평가 규정을 감점 규정의 수권(授權) 근거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결국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한 감점 규정은 모법 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동법 제35조 제2항 규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봐야 한다. 2019.4.17.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규칙에 마련된 부실벌점 규정은 무효이므로, 이에 기초한 벌점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결정하였다. 법률의 근거 없는 벌점 규정이 무효라면 법률의 근거 없는 벌점보다 더 큰 불이익(감점) 규정은 그 처분성 여부를 떠나 당연히 무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하위 규정상의 감점 규정은 입법 정책적 측면에서도 매우 매우 부적절하다. 즉, 법률이 벌점 처분에 대하여 입찰 시 불이익을 주도록 한 것은 그러한 불이익마저 주지 않으면 벌점은 행정제재로서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입찰참가제한 등은 그 자체로 중한 행정제재이므로 다시 불이익을 주는 정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결국 하위 규정상 입찰참가제한 등에 대한 불이익 규정은 합법성과 합목적성을 모두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 목적의 달성을 위한 제재의 수단과 정도는 제재의 목적과 균형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며, 이러한 균형관계를 상실하는 경우 헌법 위반이다(2005. 10. 27. 2004헌가21 전원재판부 등).

  법률이 마련한 제재 수단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불이익 규정을 명령이나 고시 등의 형식으로 제정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법치 행정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위 감점 규정이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고 하여 법치 행정의 원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현행법상 발주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세부평가 기준을 정할 수 있어(동법 시행령 제52조 제5항) 결국 이러한 감점 규정은 발주청을 통해 입찰참여자에 대한 대외적인 구속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의 설정과 관련하여 행정청에 아무리 광범한 재량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법률을 무시하는 재량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감점 규정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음이 명확한 만큼 행정부는 재판의 전제에 이르기 전에 조속히 이를 개정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역사적으로 행정권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태동하여 오늘날 헌법의 기본원리를 이루고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홍성필 한국민간투자학회 부회장(법학박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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