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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스페셜> 삼표산업 성수공장 철거, 괜찮은가
기사입력 2019-06-05 05:00:2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건설현장 레미콘 ‘사통팔달’ 조달…대체부지 못찾으면 문닫을 판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삼표산업 성수공장은 40년간 서울 도시개발과 함께 해왔지만 주민 민원과 서울시의 정책으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쳐해 있다. 응봉산에서 바라본 삼표산업 성수공장 전경/  안윤수기자 ays77@

 

지난달 31일 강변북로를 따라 달려 서울 성수동의 서울숲으로 향했다. 교통체증이 제법 있는 오후 시간대에도 불구, 서울 광화문에서 30여 분만에 도달했다. 뚝섬과 서울숲을 잇는 작은 다리를 넘어서자,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푸른 색상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레미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삼표산업의 성수동 공장이다. 연면적 2만7828㎡의 넓은 부지에 자리한 데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뤄 공장 특유의 번잡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성수공장은 배치플랜트, 사일로, 저장빈, 야적장 등 각종 생산설비는 물론 하루 평균 1200여 대의 믹서트럭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특히 레미콘 공장의 핵심 설비인 ‘빠차(배치플랜트)’가 5대(제1공장 3대, 제2공장 2대)나 설치돼 하루 최대 7000㎥의 레미콘 생산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3.3㎡(1평)당 레미콘 1㎥가 소요됨을 감안하면 79.3(24평)㎡ 아파트 290여가구, 112.4(34평)㎡ 기준 200여가구의 작은 단지를 건설할 레미콘을 성수공장 한곳에서 단 하루에 공급하는 셈이다.

△‘버리진 땅’에서 ‘희망의 땅’으로

성수공장이 자리한 서울숲 일대 한강변은 과거 6ㆍ25전쟁의 영향으로 토사 침전이 진행돼 하상은 높고 물길은 얕아 쓸모 없는 땅으로 취급됐다. 주변도 엄청난 양의 모래가 뒤덮여 각종 개발사업에서도 소외된 지역이었다. 게다가 한강과 중랑천 사이에 자리한 지리적 단점 탓에 여름철 우기 때마다 잦은 홍수로 침수 피해를 입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곳 성수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1968년 정부가 한강개발을 결정하면서 서울 일대가 거대한 건설현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삼표산업의 모태인 강원산업은 1969년 한강개발 사업에 동참하면서 당시 건설부 허가를 받아 성수동 지역의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신청했다.

1971년 마침내 정부의 승인을 얻은 강원산업은 성수동에 골재사업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매립공사에 착수했다. 강 아래 골재를 퍼올려 수심을 확보하는 한편 한강변 주변으로는 모래, 자갈 등을 고르게 채워 토지를 조성했다. 그 결과, 매년 홍수가 났던 성수동 일대는 물난리에서 자유로워졌고, 도로 등 각종 인프라도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강원산업은 공유수면 매립지역 중 1만8000㎡를 서울시에 기부체납하고 나머지 2만2000㎡를 성수동 골재채취 기지(현 성수공장)로 사용했다. 이후 강원산업이 현대제철에 흡수합병되면서 부지도 함께 넘어갔고, 성수공장은 오늘날까지 현대제철로부터 공장 부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1980년대 삼표산업 성수동공장 전경  <삼표산업 제공>

 

△‘서울 근대화 상징’ 삼표 성수공장

과거 한강은 골재의 ‘보물창고’였다. 수백년 동안 퇴적된 모래와 자갈 매장량이 엄청났고 서울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골재의 운반도 용이했다.

1970년대 서울에선 경제 개발을 통한 근대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대규모 개발사업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당시 강원그룹은 골재 수송업체인 삼강운수를 활용해 성수동 골재기지에 레미콘 사업장을 짓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1977년 레미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강운수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막대한 양의 레미콘을 생산해냈고, 이는 서울 전역의 건설현장으로 팔려 나갔다. 성수공장이 서울 근대화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존폐 위기에 직면한 성수공장

서울의 근대화와 명운을 함께했던 성수공장이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인근 지역주민들의 지속된 민원과 이전 요구 탓이다. 성수공장 주변으로 소음, 미세먼지, 교통문제, 매연 등에 대한 민원이 수년간 이어지자, 서울시도 결국 ‘공장 이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됐다.

삼표는 성수공장 이전 문제를 놓고 서울시 및 부지 소유주인 현대제철과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시는 성수공장 부지 이전이 완료되는 2022년, 서울숲과 연결해 대규모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삼표산업 성수동 공장은 비산먼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기 위해 공장내에  스프링클러 및 세륜시설을 가동 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성수공장 철거…이대로 괜찮은가?

레미콘업계가 바라보는 성수공장은 ‘상징성’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성수공장 이전은 단순히 일개 공장의 철거 문제를 뛰어넘어 서울의 건설시장에 자칫 차질과 혼선을 유발할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삼표 성수공장의 시간당 레미콘 생산량은 1080㎥에 달한다. 이는 서울에 남아있는 모든 레미콘공장 생산량의 40%를 웃돈다. 성수공장 폐쇄는 서울 일대의 레미콘 공급 차질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경기 등 외곽에서 서울의 건설현장으로 레미콘을 들여오기에는 만성적인 교통난과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기피현상 탓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현장의 공기 지연과 자재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서울시민들로선 더 높은 분양가와 인프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레미콘은 제작 후 1시간30분 내에 타설해야 한다. 현재 서울 지역의 레미콘공장은 성수공장과 삼표의 풍납공장, 신일CM의 송파공장, 천마콘크리트의 강남공장 등 4곳이 전부다. 하지만 생산량은 물론 입지 면에서도 성수공장을 대체할 공장이 없고, 서울 인근에 자리한 경기권 공장도 마찬가지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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