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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프로야구와 여의도 구장
기사입력 2019-06-07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얼마 전 주말에 프로야구를 직접 관람하러 갔다. 프로야구 관람은 주말에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찾는 데 중요한 취미생활이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때로는 목소리 높여 응원하기도 하고 부진한 경기 내용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을 보면서 응원하는 재미도 있지만, 직접 관람하면 관중들의 응원 함성,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숨소리들을 직접 들으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치맥의 즐거움도 있고 가족이나 동료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는 최고의 취미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 고교야구를 보면서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사십년이 넘는 세월, 야구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면서 느낀 경기장 분위기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생활문화 변화와 같다. 과거에는 경기장에서 무분별하게 음주와 흡연을 하고 선수나 감독을 향해서 험한 욕설을 응원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판정 결과나 선수들의 행동에 흥분해서 경기장에 소주병 같은 위험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경기장에는 어린이 관객도 있었으나 누구 하나 그런 행동에 대해 제재하거나 비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야구장에서 “소주 있어요”하고 불법으로 술이 판매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던 시절이었으니 우리 모두 무지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야구 관람객들의 수준은 최고이고 최상이다.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조금 부진하더라도 응원의 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응원이나 격려의 목소리는 더 크고 줄지 않는다. 지난 주말 관람했던 팀도 하위권 팀임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이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쳐 주고 응원해 주는 모습에 우리 국민들의 훌륭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울볼이 나오면 모두 위험하다고 신호ㄹ르 보내고 공을 관람 온 어린이에게 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욕설이 섞인 응원은 관중들의 눈총에 엄두도 못 낸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관중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가족이나 동료들과 건전하게 즐기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하자면 상대팀의 파인플레이(fine play)에도 큰 박수를 보내준다. 상대방이라고 해도 훌륭하고 멋진 기술을 보여주면 관중들도 그에 대한 존경심을 보내주는 것이다.

  야구 경기장에 가면 즐거운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회의 답답한 현실 때문이다.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고 풀어나가는 정치사회의 자세에는 정말 실망이다.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위들을 자세히 보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언행이 대부분이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표현이 지나쳐 지면에서 소개하기도 낯 뜨거울 정도다. 상황에 밀리면 안 된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서로 논쟁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서로 상대방도 동업자라는 인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막말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의학적 용어니 하면서 궁색한 변명이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은 민망하기만 하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신과 극단적인 사고가 원인으로 보인다. 우리는 왜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을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경쟁의식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맨의 대사처럼 우리 사회에는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하는 1등주의가 만연해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아니라 편법이나 불법이라도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풍조는 결국 결과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결과에 대한 불신은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러니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지켜보는 관중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언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 사고도 비슷하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프로야구 상위팀도 승률은 6할 정도다. 그러니까 이기는 확률이 60%이니 100경기를 해도 40경기는 패한다.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질 수도 있고, 지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올바르게 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지면 다음 경기에서는 다시 이기는 경기를 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연패를 한다거나 분위기를 회복하기가 어렵다.

 최근의 창업교육에서는 성공하는 창업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더 중요하게 교육한다. 심지어는 실패학이 학문으로 자리 잡을 정도이고 유튜브를 통해서 실패담이 인기를 끄는 것도 실패의 중요성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도 정치가도 실패를 거울 삼고 실패를 발판으로 성공한 것이다. 한 번의 도전이 곧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갈 정도로 어렵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결과를 불신하고 극단의 과정과 결과를 낳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막말이나 극단적인 표현은 자제하자. 상대방이 막나갈 때마다 이 한 마디 꼭 기억해보자. “우리 품격 있게 좀 가자.”

 

한치호 행복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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