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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공지능과 건설업
기사입력 2019-06-10 07:00:1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바둑은 가로세로 각각 열아홉 줄로 그어진 바둑판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로 맞서는 승부다. 바둑을 둔 기록이 기보(棋譜)인데 오랜 세월 축적되어 왔다.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는 방대한 기보들을 머신러닝과 신경과학 기반 알고리즘으로 스스로 학습해서 바둑 고수들을 줄줄이 완패시켰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했다. 갑자기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세상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계속 변화하며 발전해 갈 것이다. 이 시대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IT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기대만큼 두려움도 크다. 알파고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앨런 머스크 등 일부 학자와 사업가들은 통제되지 않은 살인 AI를 우려한다. 자칫 인류문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앨런 머스크는 인간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며,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열정적이다. 참으로 대단한 젊은 사업가다.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하면 인간보다 AI 기계인간이 화성에 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산소와 중력이 없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기계는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벗어나면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보다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화성에 정착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다음, 인간을 이주시키는 게 올바른 순서 같다. 그렇다면 화성 환경을 인간에 맞게 변화시킬 AI 기계인간이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우주 저 먼 곳,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수백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간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만약 AI 기계인간에게 인간의 냉동된 DNA을 가져가게 해서,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아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다음, 그곳에 인간의 DNA를 퍼뜨리게 하면 어떨까? 인간이 지구를 떠나 우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인공지능은 유용해 보인다. 그런데 지구에서도 그런가? 인간들을 모두 실업자로 만들거나, 기계가 만든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다. 지나친 기우일까? 아무쪼록 지구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행성으로 온전히 남았으면 좋겠다.

  일부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능가하긴 쉽지 않을 거라 한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 작동 원리도 잘 모르는데, 그것을 기계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인공지능은 여전히 인간의 활동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거라며 안심시킨다.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산업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제 운전자는 운전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단다. AI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운전을 대신하게 되니 운전자는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다며 장점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운전 기능을 빼앗아 인간을 무력화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란 말인가?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가 아닐 텐데, 차라리 충돌방지, 차선이탈 방지 등 인간의 운전을 보조해 주는 정도가 낫지 않을까? 착잡하고 혼란스럽다.

  건설업에서도 인공지능 도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건설 선진국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건설 기술들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으며, 실제 적용된 사례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는 기보와 같은 정확한 데이터의 축적이다. 그래야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건설업에서 인공지능 도입이 가장 용이한 부문은 설계/엔지니어링 분야가 아닐까 싶다. 도면과 계산서는 매우 정확하게 축적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AI가 새로운 그림을 창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니, AI에게 수많은 도면과 계산서를 학습시키면 인간을 능가하는 작품이 나올지 모른다.

  그런데 시공 분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공은 반도체나 자동차 제조와 차원이 다르다. 다양한 직종의 인력, 자재, 장비 등이 동원되는 대규모 외부 작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의 경우, 회사 또는 현장마다 작업일지나 공정관리 기록이 다르고 정확하게 축적되지도 않았다. 이런 기록들을 AI에게 학습시키면 AI가 돌아버릴지 모른다. 또한 건설현장은 너무나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현장작업을 대신할 AI로봇 제작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인간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은 여전히 사람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AI가 시공 과정 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원가 절감, 공기 단축, 품질 향상의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 현장의 모든 데이터가 기보처럼 정확하게 기록되고 축적되어야 한다. 물론 현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장 업무 분장과 일처리 관행이 시대에 맞게 변해야 가능하다. CPM 공정 관리의 계획과 실적을 Activity별로 정확하게 기록하는 일부터 익숙해지는 건 어떨까? 시작이 반이다.

 

김선규 강원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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