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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영화 ‘기생충’과 건축
기사입력 2019-06-12 05: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한상준 산업1부장
   

영화 ‘기생충’이 화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 개봉하자마자 연일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기생충’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현대사회의 새로운 계급관계를 봉준호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구현해 전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빈부격차와 계급관계 문제를 영화의 화두로 삼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의 전작 ‘설국열차’에서는 부자들이 타는 열차 앞칸의 호화 객실과 빈민들이 승차한 뒤칸의 남루한 객실을 통해 수평적 구조 속에서의 계급관계를 표현했다.

신작 ‘기생충’에서는 지상층, 반지하층, 지하층으로 나타나는 건축물의 수직적 구조 속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직적 계급관계를 나타내며 ‘설국열차’ 보다 더 적나라한 계급관계를 영화 속에 구현했다. 부자와 빈자가 거주하는 각각의 건축물을 통해 계급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기생충’에서 계급관계를 나타내는 또 다른 차이는 빛과 냄새다. 냄새를 통해 빈부격차를 드러내며 갈등을 촉발시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빛이다.

빛을 통해 계급관계를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수단으로 또다시 건축이 등장한다.

가진 자로 대변되는 박 사장이 사는 고급 저택은 넓은 창과 정원을 가져 빛을 한없이 머금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못 가진 자인 기택의 반지하 집은 빛을 한낮에도 받기 어려워 하루종일 어두운 상태에서 지낼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건축물이다.

박 사장이 사는 집은 한정된 공간에 거주자가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친환경을 우선해 설계했다.

하지만, 기택이 사는 빈민촌은 자연과 격리된 채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을 채울 수 있도록 효율성을 우선으로 설계됐다.

태양은 지구에 공평하게 일정한 양의 빛을 보내주지만, 어떤 건축 구조에 사느냐에 따라 ‘빛의 빈부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이같이 건축물을 통해 ‘빛의 빈부격차’를 극단적으로 구현했다.

이 같은 봉 감독의 극단적 시선과 달리 현대 건축가들은 어떠한 건축물이라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했다.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건축의 5가지 원칙으로 △옥상정원 △띠창 △필로티 △자유로운 입면 △자유로운 평면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건축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공공분야 건축설계에서 이런 점은 두드러진다. 국제 설계공모로 진행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빛이 지하도시까지 스며들도록 설계한 작품이 당선됐다.

건축물에 빛을 더 민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건축가들의 고민은 깊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건축가들의 건투를 빈다. 덧붙여 봉 감독의 시선이 기우로 남길 바란다.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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