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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칼럼] 4대강 보 해체, 큰 장마 후에 판단하자
기사입력 2019-06-12 06:00:1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고향 근처에는 곡수천이 흐른다. 양평 지평에서 여주 대신으로 흐르는 곡수천 주변은 산세가 좋기도 하지만 산과 산 사이의 들판이 넓어 벼농사를 많이 한다. 곡수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곳이 여주 양촌리와 당남리다. 이곳은 큰 장마가 오면 불어난 남한강 탓에 곡수천의 물이 강으로 흘러들지 못해 농경지가 침수되곤 했다. 태풍과 홍수는 꼭 벼가 한창 익기 시작할 무렵인 8월 말∼9월 초에 집중됐다. 봄부터 애써 가꿔 온 한 해 농사를 작파해야만 했다. 정말 큰 물이 지날 때는 더 하류 지역인 대신 천서리와 개군 상ㆍ하자포리까지 침수 피해를 봤다. 지금과 달리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하천과 강의 제방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상자포에서 농사를 짓던 집안 어른이 하늘을 원망하며 탄식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남리 하류 쪽에 위치한 천서리와 금사면 이포리를 연결하는 이포보가 2011년 준공됐다. 곡수천이 넘칠 때 침수를 반복하던 바로 그곳이다. 이포보는 총 연장 591m로 수중ㆍ문화ㆍ생태광장 등이 조성됐으며, 특히 당남지구에는 39만284㎡ 규모의 친수레저ㆍ체험공간이 들어섰다. 축구ㆍ야구 등 각종 운동은 물론 오토캠핑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대규모 공원이다. 이포보는 4대강 사업의 상징과 같은 곳이었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다 보니 완공을 전후해 대통령과 정ㆍ관계 인사는 물론 경제인ㆍ언론인들도 한두번씩 찾았다. 그만큼 환경단체의 반대 강도도 심했다.

  이포보는 주민들과 함께 건설했다고 할 정도로 지역 여론이 매우 좋았다. 공사 막바지에 환경운동가 3명이 공사중인 보(洑)의 기둥에 올라가 40여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주민들은 농성을 지원하던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농성기간 내내 마찰을 빚었다. 한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농성 지지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에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여주에는 여주보와 강천보 등 4대강 보가 2곳이나 더 있는 데도 유독 이포보가 타깃이 됐다. 환경단체들이 시위를 하거나 제동을 걸 때마다 이장단 등 주민들이 상대를 했다. 군에서 주민들을 동원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물난리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믿고 싶다.

  이포보 공사를 하면서 상류 쪽 양촌지구에는 여의도 면적의 65%에 달하는 저류지를 함께 조성했다. 광주∼원주 고속도로 중 남한강 구간을 건널 때 바로 아래 부분이다. 여주 저류지는 총 면적 185만㎡를 평균 7m 깊이로 준설해 153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됐다. 홍수 시 한강 본류의 수위를 약 11㎝가량 낮출 수 있다. 이포보 사업을 했기에 대규모 저류지 조성이 가능했으며, 유사시 수도 서울의 물난리를 줄이게 된단다. 결과적으로 이포보 주변과 하류 쪽은 보 건설 후에 수해를 한번도 입지 않았다. 한강 본류의 하상을 준설함에 따라 강이 깊어졌고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보를 현 정부는 해체하려는 모양이다. 지난 2월 4대강조사ㆍ평가기획위는 금강ㆍ영산강에 설치된 5개 보 중에서 세종ㆍ죽산보는 철거, 공주보는 부분 철거, 백제ㆍ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달 중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방침을 정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계획이다. 낙동강과 한강의 보(洑)들도 앞으로 추가 검토를 거쳐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 처리방안 발표 이후 전국은 둘로 나뉘었다. 보 주변 주민들은 대부분 해체 반대, 환경단체는 찬성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도 갈렸다. 보수 정권이 건설했다는 단순 논리에서 해체 수순을 밟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4대강 보 처리 방안 세부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세 차례나 유찰됐다. 정답 없는 문제에 섣불리 매달리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나는 토목이나 환경 전문가가 아니다. 이포보 말고 다른 지역 보는 위치도 잘 모른다. 보와 환경의 상관성은 전문가들의 영역이기에 그동안 깊게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당대 최고의 수자원과 토목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 22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구조물을 급하게 해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단순한 의문은 갖는다. 이는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4대강 정비 후에 우리는 전국적인 큰 홍수나 심한 가뭄을 한번도 겪지 않았다. 보의 효용성이나 가치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4대강 보 해체 여부는 큰 물이 지나거나 심한 가뭄을 경험한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4대강 보는 가동보로 건설됐다. 강물의 오염이 걱정된다면 보를 전면 상시 개방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 해체하고 복원하는 데도 보상비와 공사비로 수천억원이 든다. 최근에는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유보를 주장하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얼마전 자전거를 타고 팔당에서 이포보까지 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잘 정돈된 한강과 공원을 각자의 모습으로 즐기고 있었다. 보 해체가 서두를 일인지 이들에게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서태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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