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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산재 예방정책도 선택과 집중 필요
기사입력 2019-06-13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필자는 최근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명령 해제심의위원회에 참석했다. 심의 대상인 사업장은 큰 규모도 있지만 소규모가 더 많았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 재해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해 사례들을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도저히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벼락 맞을 확률 정도로 낮을 것 같은 사고들도 있었다. 경계 표시를 하기 위해 지면에 철근토막을 꽂아 두었는데 어찌 그리로 넘어져서, 공도구를 버킷에 담아 인양하는 도중 버킷 고리가 끊어졌는데 하필 그 밑에, 가로세로 1m도 채 되지 않는 수평 개구부에 덮게까지 덮어 두었는데 청소하는 도중 아래로, 달비계를 타고 작업을 완료한 후 옥상 위로 올라왔는데 난간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철길 옆 작업장으로 훌쩍 뛰었는데 하필 기차가 들어오는 바람에 등등. 제 3자가 생각해도 단순 사고이고 심오한 기술적 예방조치를 해야 할 사고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막지 못할 사고는 없고, 원인이 없는 사고는 없다.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관계자는 하나같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몇 십년간 무재해를 달성했다는 본인의 우수성을 은근히 과시한다.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서 다소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표준화ㆍ정례화된 잔여 공사 안전작업계획서를 제시하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한다.

  산업재해 통계를 잠깐 살펴보자.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재해율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2016년 500인 이상 사업장은 재해율 0.15, 20인 미만 사업장은 0.79). 그러나 500인 이상 사업장 100개당 재해자 수는 192명인 반면 20인 미만 사업장 100개당 재해자 수는 2.5명인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는 2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수의 93%에 달하나 재해자 수는 전체의 41%, 50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수의 0.08%이지만 재해자 수는 전체의 13%이기 때문이다.

  전체 재해 현황은 사업장 100개당 재해자 수는 3.69명이다. 이런 통계는 사업장 입장에서 보면 100년 동안 사업을 운영했지만 최소한 96년간은 단 한 번도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강하고, 재해라는 것은 먼 나라 얘기이고, 나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치부한다. 또 아무리 재해 예방활동을 잘해도 재해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재해 예방활동을 등한시해도 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고 발생은 운수소관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주들이 많이 있음을 간접 증명하고 있는 통계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산재 예방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업주들도 있었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천재지변이 아니고 모두 인재에 속한다. 막지 못할 사고는 없으며, 원인 없는 사고도 없다. 그러므로 발생 원인만 제거하면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아무리 예방활동을 많이 해도 사고는 발생될 수 있고, 예방활동을 등한시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위험 요인들이 많은 사업장은 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제 정부의 산재 예방정책 방향도 전략적 변화를 가져와야 할 때인 것으로 판단되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일률적 처벌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예방활동을 등한시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사업장에 준하는 엄중한 벌칙을 적용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방 활동을 열심히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된 현장은 오히려 하루빨리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펴면 어떨까? 그리고 예방활동의 방법을 모르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그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2017 산업재해’ 통계에 의하면 건설업의 사고성 사망재해자 수는 506명으로서 전체의 52.5%에 달했다. 그중 추락 사망자가 276명으로 건설 사고사망자의 54.5%를 차지했다. 추락사고는 전 업종 추락사고 사망자 366명 중 건설업종에서 75.4%나 발생했다. 그러므로 1차적으로 추락사고를 대상으로 하되 추락사고 방지시설 등 안전조치 방법 및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약 2주간의 불시 점검 기간을 정해 전체 사업장에 이를 안내한다. 그런 다음 불특정 현장을 불시 점검한 후 불량 사업장에 대해서는 벌칙을 부과하고, 그 사실을 널리 공표함으로써 다른 모든 사업장의 본보기가 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점검 방법은 안전조치의 표준 방법을 정확히 안내하고, 한시적 기간을 정해 불시 점검을 예고하며, 점검 결과에 대해서는 모든 사업장에 다시 안내가 돼야 그 효과가 있다. 최소한 사전에 안내한 사항은 반드시 준수하라는 것이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엄중한 벌칙이 있다는 것을 모든 사업장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정기적으로 수행한다면 모든 사업장은 최소한 선택된 하나의 재해 형태만이라도 집중적 예방활동을 벌일 것이고, 그런 습관들이 쌓여 나갈 때 사업장의 안전문화가 조금씩 정착되리라 생각한다.

 

이명구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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