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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다뉴브의 슬픔
기사입력 2019-06-13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유럽에서 볼가 강 다음으로 길다는 다뉴브 강은 클래식 애호가에게는 독일식 표기 ‘도나우’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1825~1899)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1866)가 워낙 유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서 고정 앙코르로 연주되는 이 곡을 들으면 누구나 “올해도 잘 지나가겠지”하는 희망을 품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다뉴브 또는 도나우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 같다.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때문이다. 많은 우리 여행객이 안타깝게 희생되었고, 침몰한 배는 인양되었지만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 있다. 내년, 내후년, 아니 그다음에도 신년음악회서든 어디서든 이 곡을 들으면 희망찬 기분과는 정반대로 슬픈 기억이 떠오를 것이니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도나우가 다뉴브란 사실을 모르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만 같다.

 이 강을 묘사한 곡 중에 루마니아 작곡가 요시프 이바노비치(1845~1902)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1880)이란 느린 왈츠도 제법 유명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더 잘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윤심덕(1897~1926)이 이 선율로 ‘사의 찬미’라는 번안곡을 불렀기 때문이다. 윤심덕은 일본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조선의 첫 소프라노로 환영받으며 귀국한 여류명사였다. 하지만 당시 성악가가 노래할 만한 시장이 절대 부족했던 상황에서 대중적인 활동을 겸해야 했다. ‘사의 찬미’ 역시 왈츠 선율을 사용했지만 대중가요로 부른 것이다. 그런데 윤심덕은 김우진이란 유부남과 절망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갈등을 견디지 못하여 일본에서 조선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연인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지고 만다. 이렇게 ‘다뉴브 강의 잔물결’은 ‘사의 찬미’를 통해 죽음을 노래한 곡이 되고 말았으니, 다뉴브를 다시금 행복한 기분으로 느끼는 날은 언제 오려나 싶다.

유형종(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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