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홈 뉴스
[마음의 창] 완벽한 날은 없다
기사입력 2019-06-18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창문에는 봄이 박혀 있었다. 청아한 하늘과 온화한 햇살, 그리고 산들한 바람까지 완벽한 아침이 될 줄 알았다. 간밤 곤한 잠을 자서 그런지 몸마저 개운하고 활력이 가득했다. 오늘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메일함을 열었다. 반가운 원고 청탁서가 도착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완벽한 하루쯤 누려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작은 새들이 널브러진 삭정이들 사이에서 노닐다가 후다닥 날아가고, 깍깍거리던 까치 두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기분 좋은 아침에 어울릴 만한 소설책 한 권을 꺼내 들었고 시간은 착하게도 가만가만 흘렀으며 나는 이내 소설에 매료될 참이었다.

  까아악-. 끄어억-. 꺼아아-. 언제 왔는지 커다란 까마귀 두 마리가 앞마당 나무에 앉아 있었다. 봄이 박혔던 창 안에 살포시 침범한 두 놈은 그악스럽고 체통 없는 소리를 내질렀고 그 소리에 화답하듯 뒷마당 어디선가 다른 소리가 날아왔다. 우렁찬 그들의 대화는 소음에 가까웠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나는 마당으로 나가 까마귀가 앉아 있는 나무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 한 마리가 푸덕푸덕 날아오르더니 내 머리 위를 뱅뱅 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박살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여전히 기분 좋게 햇살은 방바닥을 뒹굴었다.

  우체국도 가야 했고 사야 할 것도 있었다. 화장을 하고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선글라스를 챙겨 집 앞에 주차한 차로 향했다. 까만 경차가 귀엽게 반짝이고 있었다. 차 문 앞에 이르러 나는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트렁크 여기저기 하얀색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마치 예술 작품처럼 드리핑된 하얀 새똥들.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귀들이 전봇대 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실소하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새똥 문양이 그려진 차를 타고 셀프 세차장으로 향했다. 세차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에 화내고 짜증 내면 그게 쌓여 팔자가 된다. 어차피 세차할 때도 되었으니 이왕 하는 거 상쾌한 마음으로 하자. 마음을 다잡고 동전을 기계에 넣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들고 있던 물총이 수압을 이기지 못해 널브러졌다. 내 몸은 순식간에 물세례를 맞고 말았다. 드라이클리닝 한 블라우스가 자꾸만 몸에 달라붙었다. 그 와중에도 기계에서 줄어드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겨우 물총을 손에 쥔 나는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내며 세차를 했다. 그래 완벽한 날은 없는 거야. 완벽한 인생도 없듯이…. 그저 행복한 그 순간을 감사했어야 했다. 새똥은 지워도 지워도 흔적이 남았다.

 

이은정(소설가)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건설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 보시고 실시간 입찰정보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건설경제i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구글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구글
인쇄
팝업뉴스 닫기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