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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사달이 났다
기사입력 2019-06-19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나는 왼손을 조금 쓸 줄 아는 오른손잡이다. 숟가락은 왼손을, 젓가락은 오른손을 사용한다. 김치를 버무리거나 나물을 무칠 때는 꼭 왼손으로 한다. 글씨는 오른손으로, 칼질도 오른손으로만 가능하다. 다리는 어떤가. 깨금발은 오른발로 콩콩 뛰어야 든든하고 나무자세를 할 땐 왼다리가 훨씬 더 안정적이어서 오래 버틴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른쪽이 좀 더 강한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좌우 하는 일이 반반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늘 상호보완의 관계라는 게 맞는 말이다. 한쪽이 주도적으로 일을 시작할 때는 다른 쪽이 적극적으로 그 보조역할을 한다. 한 손이 무슨 일을 해보려는데 다른 손이 모른 척하거나 딴죽을 거는 날엔 영락없이 탈이 나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는데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아팠다. 잠을 잘못 잤나 하고 예사로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팔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앞쪽으로 손을 쓰는 일엔 별 문제가 없는데 위로 올리거나 뒤쪽으로 돌리는 데 한계가 생겼다. 뒷짐을 지거나 옷을 입고 벗는 데 많이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웅크리게 되고 시도 때도 없는 통증으로 일상이 힘들어졌다.

  나는 대체로 유연하고 균형 감각이 좋은 편이라고 스스로 믿었다. 한쪽이 약하다 싶으면 다른 쪽으로 받치며 중심을 잡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어느 한쪽을 더 믿고 더 썼거나 혹은 소홀해서 무심히 방치했던 게 틀림이 없다. 한쪽이 부실할 때 달래고 받쳐줄 다른 쪽이 없다면 어떻게 중심이 서겠는가.

  결국 사달이 났다. 며칠 전부터 버티고 있던 왼쪽 어깨도 따라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의료진들은 한결같이 운동을 권한다. 일이 아닌 제대로 된 운동만이 굳어가는 몸을 부드럽게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알게 모르게 어느 쪽으로든 기울거나 혹사시켰던 게 분명하다. 다시 유연해져야 한다.

  나이 들면서 힘들어지는 것들이 조금씩 생기는데 그중 하나가 부드럽게 균형을 잡는 일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쉽게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기 위해선 중심근육을 잘 키워야 한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지는 법이다. 나는 요즘 균형이란 이름으로 내 아픈 양편을 살살 꼬드기는 중이다. 조화만이 상생의 길이니까. 우린 한몸이니까. 

 

권애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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