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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낙찰제 큰 틀 바꿔야 공사비 정상화 가능
기사입력 2019-06-25 06: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공공공사의 적정 공사비 확보가 건설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공사를 할수록 적자가 나니 적정 이윤이 보장되도록 공사비를 책정해 달라는 것이다.

  예산 절약과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도입됐던 최저가낙찰제가 덤핑 입찰을 견디지 못하고 전면 폐지됐으나, 그 대신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 역시 저가낙찰로 회귀하고 있어 아우성이다. 중소형 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적격심사낙찰제는 운찰제로 변질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낙찰률 동결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술형 입찰은 물량도 확 줄어들었고 그나마 일부 입찰 건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유찰되기도 한다.

  얼마나 절박한 상황이면 건설 관련 22개 단체장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및 정부 부처 등에 연명 탄원서를 제출하겠는가.

  이런 영향인지 정부는 올해 초에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공사비 적정성 제고 방안을 포함시켰으며, 최근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는 이의 실천을 위해 우선적으로 계약 예규를 조속히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 주요 내용은 종심제 균형가격 산정방식 개선(상ㆍ하위 20% 제외), 고난이도 공사에 세부 공종 단가심사 도입, 예정가격 산정 시 사급자재 관급단가 적용 배제 등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이런 미세조정만으로 적정 공사비는 어렵다고 본다. 보다 적극적 제안이 논의되지 않고 있어 좀 답답하기도 하다. 정부 예산 소요, 공무원의 보수적 관점, 건설업체의 과당경쟁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전문성이 필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와 같이 어려운 과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과거 국가계약법령을 담당한 경력을 바탕으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공사비 정상화는 예정가격의 합리적 산정도 중요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가 정부가 작성한 예정가격에 어느 정도 근접하게 수주하느냐, 즉 적정 낙찰률이 형성되느냐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왜냐하면 예정가격 자체가 낙찰자 결정 기준으로 삼기 위해 미리 작성한 적정 공사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가 낙찰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낙찰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 정부 계약제도 중 낙찰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다수의 이해관계자, 예산 절약, 부실시공 방지, 공정성, 투명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분야이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최저가낙찰제로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품질 확보, 중소업체 보호, 지방경제 활성화 등등의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다.

  구체적으론 우선 저가낙찰의 개념부터가 70%가 아니라 최소한 80%로 바뀌어야 한다. 공사원가 중 순공사비(재료비+노무비+경비) 비중이 예정가격의 88%라고 하는데 건설업체가 아무리 기술력과 원가 절감노력을 기울여도 예정가격의 80% 미만은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과거 국가계약법령 소관 부서에 근무할 때 예정가격의 100분의 70 미만으로 낙찰되어 체결된 계약의 경우에는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감독자를 추가 배치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한 기억이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합심사낙찰제의 경우 가격평가를 위한 균형가격 산정 시에도 예정가격의 100분의70 미만의 입찰금액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아무런 근거도 없으므로 공사원가를 고려해 상향시키는 것이 공사비 정상화에 근접하는 길이라고 본다.

  또한 공공공사 발주물량 중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적격심사낙찰제의 가격평가 기준도 변화돼야 한다. 입찰가격의 평점은 순공사비보다 낮을수록 부실시공의 우려가 있다고 하여 점수를 체감해 나가는 산식인데, 기업 유지를 위한 관리활동 부문에서 발생하는 제비용을 제외시키는 것은 기준설정에 문제가 있다. 즉 순공사비 88%의 기준보다는 일반관리비(5∼6%)까지 포함한 금액이 기준이 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한편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경쟁 위주가 아니라 기술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즉, 심사 분야 중 공사수행능력 비중을 높이고 입찰금액 비중을 줄여야 기술경쟁력이 향상되고 공사비도 정상화된다.

  결론적으로 입찰금액 평가 시 70%가 아닌 80% 미만의 입찰자를 제외시키고 가격 비중을 축소 조정하는 등 보다 큰 틀의 변화 없이는 종합심사낙찰제의 낙찰률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 종심제를 정상화시킨 다음에는 적격심사제를 폐지하고 종심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운찰제로 변질되었을 뿐만 아니라 낙찰률도 낮게 형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사가 줄어들면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덤핑입찰과 저가낙찰로 이어진다. 따라서 현재 형성되고 있는 70%대 낙찰률은 업체의 기술력을 반영한 시공 가능한 수주가 아니고 수주만을 위해 응찰하는 데서 나오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덤핑낙찰은 부실시공, 저가 하도급, 잦은 설계 변경, 산업 재해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게 된다. 적정 공사비가 확보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양창호 건설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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