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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칼럼] 골재 없이 살 수 있나
기사입력 2019-07-04 06:3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사람들은 골재와 함께 살아간다. 집과 사무실 등 건축물 뿐만 아니라 출근할 때 거쳐 왔던 도로, 교량 등 토목구조물도 골재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전철역과 터널, 노반도 골재 없이는 건설이 불가능하다. 물론 인간은 골재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안온한 환경은 포기해야 한다. 골재는 각종 구조물 용적의 약 70∼80%를 차지한다. 인체와 비교하면 피(혈액)와 같은 존재가 바로 골재다. 글자 그대로 세상을 지탱하게 하는 뼈대(骨)가 되는 재료(材)인 셈이다. 이런 골재가 지금 천덕꾸러기 신세다. 여기저기서 환경파괴 업종이라며 비난 일색이다. 골재 없이는 살아갈 수도 없으면서 말이다. 대단한 이율배반이다.

 골재산업은 기본적으로 환경 훼손을 전제로 한다. 훼손해서 얻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법을 만들어 산업의 범주에 넣고 진흥시켜 왔다. 정부는 허가라는 틀을 통해 무분별한 채취와 훼손을 방지한다.  골재산업은 그래서 허가산업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허가를 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업종이다. 업계의 흥망성쇠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산업이라는 이야기다. 자연히 업계는 항상 ‘을’의 입장에서 ‘슈퍼갑’인 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의 기본이 되는 자재ㆍ부재를 생산ㆍ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업종이면서도 피허가자라는 변할 수 없는 처지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정부의 눈치만 봐야 하는 산업이다.

 산림ㆍ바다ㆍ수중ㆍ육상ㆍ파쇄 등의 골재업종 중 자기 땅에서 사업을 하는 산림이나 육상, 파쇄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이들 업종은 예상되는 민원을 해결하고 정부가 규정한 각종 허가ㆍ신고 관련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면 관청에서도 허가ㆍ신고를 거부할 명분이 거의 없다. 문제는 정부가 소유ㆍ관리하는 공유 수면이나 하천 부지에서 골재를 생산하는 바다와 수중 업종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근년에 바다골재 허가를 지연ㆍ중단하자 관련 업종이 문을 닫고 있다. 앞서 4대강 사업때 퇴적된 모래를 모두 준설하는 바람에 수중골재 업종이 사실상 없어지기도 했었다. 이러니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바닷모래업계의 딱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15년 전인 2004년 봄, 주민들의 반대로 인천 옹진과 충남 태안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전면 중단되자 수도권에 모래 파동이 발생했다. 가격은 100% 이상 급등했고, 레미콘ㆍ아스콘사들은 현금을 쥐고도 모래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건설현장이 일부 멈춰 선 것은 당연했다. 당시 수도권의 바닷모래 의존도는 60%를 웃돌았다. 강원과 충북 지역에서 비싼 물류비를 들여 수도권으로 모래를 반입할 정도였다. 정부가 주민 달래기에 나서 업체들이 내는 채취료(점ㆍ사용료)를 두 배 올려 주민 지원에 쓰도록 했고, 도로 개설 등 각종 지원사업도 병행했다. 결국 수개월 후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접은 데다 북한과 EEZ에서 모래가 반입되면서 파동이 잠잠해졌다. 1990년대 분당ㆍ일산 등 신도시 건설 때는 모래가 부족하자 당시 건설부 고위 공무원이 바다업체들이 모여 있는 인천 남항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해 생산을 독려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한때 콘크리트 관련 업계를 좌지우지하던 바닷모래업계가 지금은 고사 중이다. 올해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어민 반대로 모래가 한 톨도 채취되지 못했다. 남해 EEZ는 2017년 1월부터, 옹진ㆍ태안 등 연안은 2017년 하반기부터, 서해EEZ는 지난 1월부터 채취가 중단됐다. 전국 40여 바닷모래업체들은 선박을 세우고 최소 관리인원만 남겨둔 채 종사자들을 모두 내보냈다. 바다에서는 연간 전국 모래 소요량(7220만㎥)의 30%가량인 2160만㎥가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올해 허가량은 전무하다. 부산신항 등 국책사업에 쓰겠다며 지난 6월 공공사업용에 한정해서 남해 EEZ 111만㎥의 허가계획을 공고한 게 전부다. 공공용 채취 때는 바다가 훼손돼도 괜찮다는 것인지, 공공택지에 짓는 공공아파트에는 되고 같은 택지에 짓는 민영아파트에는 안 된다는 것인지, 발상 자체가 우습다.

 우리나라는 연간 2억5000만㎥ 안팎의 골재가 필요하다. 서울 남산의 다섯 배 규모다. 이 중 60%가량은 허가 골재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공사장 등에서 나오는 비허가 골재로 충당한다. 바다 공급이 중단되면 산림 등 육상 어딘가에서 환경 훼손을 감수한 채 그만큼 더 공급해야 한다. 바다 환경은 보전해야 하고 나머지는 훼손돼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면 바닷모래 공급 중단 상태는 빨리 해결돼야 한다. 길어지면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돼 회복이 어렵다. 골재업체들은 세금 외에도 바닷모래 채취 때 채취료와 각종 부담금을 납부한다. 어민들은 고기잡을 때 어떤 돈을 내는지 알고 싶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관리 바다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어민들만 보호받아야 되는 지도 묻고 싶다. 바닷모래업체 집회에서 만난 한 근로자의 하소연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바다에서는 고기만 잡아야 하나. 삼면이 바다인 나라인데, 극히 일부 지역에선 모래도 채취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서태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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