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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타인의 시선
기사입력 2019-07-04 06: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바닷가 마을에 살 적에 나는 동네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 딱히 내가 예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젊은 사람이 워낙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간 대문 밖에만 나서면 내 손에는 과일이나 채소 따위가 쥐어졌다. 그런 마을 분위기에서 곁을 주지 않는 딱 한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여간해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입이 거칠고 이기적이라는 말만 들었다. 내가 여러 번 인사했지만 반기지 않아 나 역시도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게 데면데면 살던 중이었다.

 밤낮으로 무더웠던 어느 날이었다. 어둑해진 한밤중에 바다 저편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마당으로 내려섰는데 누군가 대문을 탁탁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어보니 그 할머니가 가슴팍을 움켜쥐고 바닥에 앉아계셨다. “왜 그러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놀라서 할머니 앞에 쭈그리고 앉았더니 내 팔을 움켜쥔 할머니가 애절하게 부탁했다. “나 좀… 병원에 데려다줘….” 나는 잠옷 차림으로 차 열쇠만 들고나와서 할머니를 차에 태운 채 병원으로 향했다. 할머니를 의료진에게 맡긴 나는 옆집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 자녀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한숨 돌리고 대기실에 앉았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집에서 우리 집까지는 백 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다. 그 사이 집이 여러 채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 집들을 지나쳐 내게로 오셨다. 오래된 이웃들을 지나치고 평소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던 우리 집까지 아픈 몸을 이끌어야 했던 그 마음이 어땠을까. 긴급한 상황에서도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할머니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 선입견을 품었을까. 분명 그렇게 살아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 자책하며 고개를 푹 숙이니 왼쪽 슬리퍼가 할머니의 삶처럼 조금 찢어져 있었다.

 며칠 뒤 할머니의 딸이라며 중년의 여자가 찾아왔다. 커다란 수박과 복숭아 한 상자를 대문 안으로 밀어 넣어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모신다고 해도 싫다고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며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 혼자 물질하며 자식들 키우느라 욕심을 많이 부리고 살았다고, 그것 때문에 소문이 안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당신 텃밭에서 아무거나 가져다 먹으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울컥해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질에 욕심낸 그 할머니보다 단합하여 따돌린 나머지 이웃들이, 발 없는 소문을 믿은 내가 더 나쁜 것 같아서 한여름 땡볕처럼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은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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