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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설경영자, 편견(bias)을 경계해야
기사입력 2019-07-05 07:0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필자는 가끔 건설경영 현장에 편견이 난무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편견(bias)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다’이다. 경험이 많은 건설경영자일수록 문제와 관련된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결론을 마음 속에 미리 설정해 두는 경향을 보인다. 설정한 결론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보고하는 사람에게 “자네 생각도 그런가?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자네 알고 보니 참 생각이 깊은 사람이군!”이라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 대화를 여기서 마무리하지 않고 “자네 학교는 어디 나왔지?”라고 묻기도 한다. 출신학교가 다르면 고향을 묻고, 고향도 다르면 “그 지역 출신인 ㅇㅇㅇ을 내가 잘 아는데 자네도 그 사람을 아는가?”라고 묻고, “저도 그 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그럼 언제 같이 만나 식사라도 할까?”라고 기분 좋게 묻기도 한다.

 이렇게 유쾌한 분위기에서 보고가 마무리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머리 속에 설정해 놓은 대안과 어긋나는 대안을 담은 보고를 받는 경우에 발생한다. 보고를 받고 나서 “자네 생각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은 이러한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말하는 경영자에게 보고자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면 어떻게 되는가? 적지 않은 경영자들이 타당한 논리에 수긍하면서도 경험과 관록의 소유자인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속상해하기도 한다. 불쾌한 마음으로 가득 찬 경영자의 눈에 상대방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하는 모습이 들어왔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 그러한 모습을 지적하면서 “자네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그렇게밖에 못 배웠어?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 그런 식이야?”라고 말하면서, 보고된 사안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과거의 다른 문제까지 거론하며 꾸중과 질타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잔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경험 많은 사람이 말을 하면 새겨 듣고 잘 이행할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라는 말로 맺어지기 십상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상황을 묘사한 것이지만 이러한 태도가 편견에 사로잡힌 경영자의 전형적 모습이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편견의 유형은 무려 40여 가지나 된다. 그럼에도 편견의 본질적 의미를 한마디로 말하면 물이 담겨 있는 유리잔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젓가락이 빛의 굴절현상으로 인해 꺾여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반듯한 젓가락이 휘어 보이는 것처럼 상황 인식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업무 분야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사람은 상황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여부도 가치 판단을 요하는 주관적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 실체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만일 “자네들도 잘 알겠지만 나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편견의 중증환자라고 볼 수 있다. 미친 사람은 결코 자기를 미쳤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눈앞의 상황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경영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에 성철 스님이 전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에 많은 사람이 감탄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 정도 얘기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럼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이지, 산이 물이고 물이 산이란 말인가?’라고 스스로 반문하였다. 그러나 건설경영 공부를 지속하면서 성철 스님은 탁월한 경영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산은 산으로만 보고 물은 물로만 봐야지, 왜 주관적 편견에 사로잡혀 산을 물이라 하고 물을 산이라고 하는가’라는 지적이 아니겠는가? 편견을 배제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화두로 제시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탁월한 경영자가 종교계에서만 활약을 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과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편견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다. 삶이 정지되어 인식이라는 정신적 행위가 멈추게 되면 편견은 침투할 수 없다. 살아 숨쉬면서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매 순간마다 편견은 우리의 동반자가 되기 때문에 완벽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편견 앞에서 가장 바람직한 경영자의 태도는 무엇인가? 지식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리는 상대방 말이 옳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알고 있는 내용을 전달할 때도 조심스럽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하여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것인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더라도 결코 무시하거나 간과하지 말고 민감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인호 국방연구원 평가위원(전 국방부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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