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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칼럼] 감투
기사입력 2019-07-10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국회의원의 힘은 그 자체로도 작지 않지만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을 경우에는 배가 된다. 다루는 정보와 권한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이, 국회에서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특위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당직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처럼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맡을 수 있고, 지지만 받으면 초선 의원도 얼마든지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회직은 철저하게 선수(選數)에 의해 결정되는 게 관례다.

국회의장의 경우 과거에는 6선 이상의 다수당 다선 의원이 맡아왔으나 지난 총선에서 중진 의원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현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5선의 문희상 의원이 맡고 있다. 전반기에는 6선의 정세균 의원이 의사봉을 잡았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한다.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도 갖는다. 부의장은 통상 4선 이상이 맡아왔다. 현 이주영(자유한국당), 주승용(바른미래당) 부의장은 각각 5선과 4선이다. 중진 물갈이가 특히 많았던 18대에는 정의화(한나라당), 홍재형(민주당) 등 3선 의원이 맡기도 했다. 당시 4선 이상은 이미 의장단을 거쳤거나 고위 당직을 수행 중이어서 맡을 사람이 없었다. 부의장은 의장을 대리하지만 특별한 권한이 없어 명예직 성격이 강하다.

의장단이 국회 운영의 큰 틀을 책임진다면 각 상임위원장은 실무를 챙긴다. 소관 부처 및 산하기관과 연관 있는 실질적 권한이 많아 ‘국회직의 꽃’으로 불린다. 17개 상임위원장과 상설 특위인 예결위원장을 놓고 원내 의석 비율로 위원장 수를 할당한다. 주로 3선 의원이 맡지만 중진의원이 적을 경우에는 재선이 맡은 사례도 많다. 위원장은 대수에 상관없이 한번이라도 맡았다면 더 이상 맡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가령 18ㆍ19대에 상임위원장을 지냈다면 20대에는 맡지 않는 식이다. 가끔 예외도 있다. 전대(前代)에서 윤리특위 위원장을 지낸 의원이 다음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맡는 경우다. 이는 윤리특위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상임위원장은 막강한 권한이 있고 위원장이 되면 혜택도 많다. 특히 국토교통위와 예결특위는 알짜 상임위로 통한다. 위원회에 배정된 판공비와 위원회 직원들을 활용할 수 있고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위원장은 여야의 치열한 논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며 회의를 주관하고 의사 일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다. 여야가 이견을 보일 때 위원장이 소속 정당의 의사를 반영해 법안 상정과 의사 일정을 일정 부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 구성 협상 때마다 여야가 주요 상임위를 가져오려고 협상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각 상임위의 피감기관 역시 법안 통과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서는 위원장 공략이 필수적이다. 자연스럽게 그 반대급부로 위원장이 요구하는 민원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된다.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세상 인심이란 게 그렇다.

국회법엔 국회직 임기를 2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 임기 4년을 2년씩 전ㆍ후반기로 나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최근 들어 여야를 막론하고 상임위원장 2년의 임기를 1년씩 쪼개서 맡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임기 쪼개기는 18대 때 국토해양위와 행정안전위에서 당시 송광호ㆍ장광근 의원과 안경률ㆍ이인기 의원이 양보없이 치열하게 경합하자 처음 생겨난 이후 19대 때부터 만연했다. 엄연히 국회법 위반이지만 여야 모두 아랑곳하지 않는다. 잘못된 선례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이 임기 1년이 지났지만 알려진 당초 방침과 달리 위원장직을  내놓지 않아 국토위가 공전되는 등 문제를 야기했다. 국회 파행으로 위원장으로서 할 일을 모두 끝내지 못한데다 1년후에 물러나겠다는 합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퇴 거부 이유로 들었다. 위원장 등 국회직은 본인이 그만두지 않으면 임기중에 사퇴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위원장 논란은 주객이 전도된 대표적인 사례다. 상임위 공전 이유가 쟁점 현안이나 법안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대립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번과 같이 위원장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서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같은 당 내에서 위원장이란 자리를 놓고 의원 간 경쟁하면서 갈등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국회 전체 운영에 차질을 초래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시급한 민생 문제가 왜 뒤로 밀려야 되는지 국민들은 당연히 따져 묻게 된다. 자유한국당의 이번 위원장 논란은 민생이나 정책을 위해서도, 하다못해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상식 이하의 떼쓰기에 지도부가 끌려간 꼴이다.  임기 쪼개기는 위원회 운영의 연속성을 기할 수 없고 언제든지 임기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많다. 국회는 이번 일을 기화로 임기 쪼개기를 원천 금지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보완해야 한다. 어느 사회를 가나 ‘보직(감투)이 곧 힘’인 세상이다.

 

서태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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