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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교양의 소환
기사입력 2019-07-10 06:00:2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일본 공항에서 한국 여성들을 만났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세 명의 여행자들은 귀국에 필요한 수속을 밟기 위해 카운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연신 사진을 찍거나 찍은 사진들을 돌려보면서 즐거워했다. 한데 그들이 말을 할 때마다 무언가 귀에 가시가 박히는 듯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으려니 했다. 한데 아니었다. 그 아이들은 말끝마다 아무렇지 않게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설을 매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왜 그 예쁜 입으로, 왜 그 즐거운 시간에, 그렇듯 욕을 남발할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애써 무심한 척 시선을 외면했다.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으련만 그 세 명의 여행자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을 때에도 내 옆에서 예의 그 욕설들을 남발했다. 하긴 어디 그 여행자들뿐일까.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위악으로 가득한 사회가 된 듯하다. 분노와 증오가 넘쳐나고, 복수와 욕설이 난무하는 사박스러운 세상으로 변한 듯하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새로운 사조가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왔을 때,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그 시류에 편승한 나는 기존의 가치는 낡은 것이고,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불가능한 세상이라고 여겼다. 그때 나는 꽤 거칠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당찬 여자에게 매력을 느꼈고, 나 또한 강한 여자로 비쳐지길 원했다. 중학교 때 배웠던 교양이 넘치는 숙녀와 현모양처는 구시대적인 유물로 여겼고 강한 여자, 나쁜 여자가 당당히 세상을 이끌 수 있다고 여겼다. 그게 멋진 현대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얼마간 그런 생각 속에 살았다. 한데 자꾸만 무언가 불편했다. 과장되게 나를 드러내는 것, 그것은 나답지 않은 일이었고, 그럴수록 스스로가 어색했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진정한 힘은 내면의 부드러움과 품위, 품격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오랫동안 위악적인 사람으로 살았을 것이다. 지혜와 지식으로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 화합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자연히 끌린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 딱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지금 다시 ‘교양’이란 말이 그립다. 교양사회, 교양 있는 사람…. 지금 우리 사회에 간절히 필요한 것은 교양이라는 단어다.

 

은미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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