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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1년전, 그리고 오늘> 집값 안정화됐나?…'1년 전과 오늘' 현미경 분석 <대구>
기사입력 2019-07-11 06: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평일 낮시간에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수입 고급차량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도심지역에는 우뚝 솟아있는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해있으며, 공사가 한창인 현장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방 특유의 한적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도권 신도시와 비슷한 정취가 느껴지는 지역. 이곳은 대구다.

대구는 전국에서 부동산시장이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다. 대부분의 지역이 정부 규제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지만, 대구에서는 여전히 온기가 돈다.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업지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열기를 과시하는 중이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국에서 청약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단지를 배출됐다.

지난 1월 신세계건설이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서 선보인 ‘빌리브 스카이’는 343가구 모집에 총 4만6292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134.9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84㎡A 타입의 경우, 최고경쟁률이 443.7대 1까지 치솟앗다. 찬바람이 부는 다른 지역의 분양시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비정상적으로 과열화된 분양열기→실수요로 재편되며 정상화 추세

그러나 언제까지나 시장이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일선 현장에서는 시장의 온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1년 전의 펄펄 끓던 시장의 모습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장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분양가에도 수백 대 1에 달하던 청약 경쟁률은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며 두 자릿수 혹은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일부 현장에서는 청약미달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지난 4월 대구 동구 방촌동 일대에서 S건설사가 분양한 모 사업지는 일부 평형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하며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초기 계약률은 20% 수준에 그칠 정도였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지역에서 분양한 현장은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이 쏟아진 현장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부진은 이례적인 결과다.

A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해당 현장은 입지와 분양가 책정, 마케팅 전략의 부재, 같은 시기에 다른 건설사와의 분양일정이 겹치는 등의 다양한 악재가 중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간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된 것으로, 향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시그널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청약 당첨자들 중에서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기지역에서 분양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동호수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더 좋은 상품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B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부적격자와 일부 미계약 물량이 나오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미계약 물량을 가져가려는 사람도 워낙 많아 대부분의 현장에서 한달 내 완판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올해 연초에는 초기계약분이 전체 물량의 70%를 차지하다가 2분기 들어서며 60%로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완판 시점 역시 시간이 더욱 소요될 전망이다.

주요 부동산 지표들도 내리막길을 가르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다. 국토연구원이 측정한 이 지수는 1∼200의 값으로 표현되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전월보다 가격상승 및 거래 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의미로, 100 이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지난해 9월 128.4로 정점을 찍었던 대구지역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올해 1월에는 102.2를 기록했다. 이어 3월부터는 100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역시 하향세를 보인다.

부동산114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0.05%p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던 월간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는 11ㆍ3부동산대책 이후 12월 0.01%p로 하락하며 상승세가 줄었다.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3월과 5월 -0.01%p의 변동률을 보이며 가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거래는 없지만 가격은 그대로…과거 시장에서 얻은 학습의 결과는 ‘버티기’

올해 들어 대구지역은 거래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이상으로 꺾이며 매수인, 매도인 모두가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실제로 작년 1∼5월까지 대구지역에서느 1만4803건의 주택이 실거래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총 6794건만이 실거래되며 거래가 54.1%가량 줄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는 수성구의 경우 매매거래가 씨가 말라버렸다고 할 정도로 크게 열기가 식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매매거래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분양권 시장이다. 분양권 거래시장의 경우, 기존에 붙어있던 프리미엄의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며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원룸이나 빌라, 경매 등의 하위 시장은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다. 부동산시장을 이끄는 주택은 아파트다.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지역은 ‘수성구“다. 서울의 ‘강남’과 같은 지역으로 꼽히는 이 지역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여력이 웬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진입하기 힘든 특수 시장이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18년동안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T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2006∼2007년 부동산경기 침체 당시에는 대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때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입된 원정 투자자들, 집을 팔지 않고 끝까지 가지고 있던 소유주들이 호황기에 들어서며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을 직접 경험하자, 학습효과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현재 외부 투자자들은 상당수가 발을 뺀 상태이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비싼 대출이자를 감당하거나 차라리 낮은 가격으로 세입자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집을 팔지 말자고 버티자는 기조가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수성구 일대 84㎡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은 8∼9억원 수준이지만, 전세가격은 매매가의 절반인 4∼5억대로 형성돼 있다. 부동산 호황기가 오기 전만 하더라도 전세매물의 시세는 매매가의 80%에 달했었다. 이렇듯, 수성구의 집값이 거래 없이 호가를 유지하며 버티기에 들어서자, 인근 달서구에서도 버티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구지역은 오랜 기간 육성해오던 산업이 더이상 지역경기를 이끌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이 아니고서는 돈을 벌 길이 없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며 “최근 몇년동안 이어져온 호황기 당시에는 2030세대들도 적극적으로 청약시장에 뛰어들며 큰돈을 벌기도 했으며, 여기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진출하는 등 부동산시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입주물량 폭탄

업계에서는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의 진가가 나타나는 시기를 오는 2021년∼2022년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는 올해 분양했거나 분양을 예정 중인 아파트들이 입주를 맞이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대구에서는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분양이 본격화되며 매년 2만3000가구∼2만5000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1만5000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분양됐으며,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물량이 공급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양시장에서 연일 흥행을 반복되며, 지난 2015∼2016년 3.3㎡당 1000만원대였던 분양가격이 최근에는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수요자들의 가격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학군, 교통이 뛰어난 핵심 입지의 사업지가 아닌 지역에서 고분양가 전략을 펴게 될 경우, 완판에 이르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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