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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거리(距離)
기사입력 2019-07-11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우리는 사당역을 향해 서로 바짝 붙어 걸어갔다. 그는 2년 전 동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 많은 아우처럼 느껴졌다. 웃는 모습이 참으로 선량하게 보였다. 그는 내가 내리는 이촌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바꿔 탄댔다.

 그리 늦지 않은 밤이지만 4호선 전철은 한산했다. 7인 좌석도 경로석도 빈 자리가 많았다. 나는 경로석으로 가고 있었고, 그는 일반 좌석으로 향했다. 가다 말고 뒤돌아 그를 따라갔다. 그의 옆에 앉기 위해서였다. 그가 말했다. “저기 경로석으로 가세요.” 각자 따로 앉아 가자는 말이었다.

 함께 차를 타는 시간은 사당역에서 이촌역까지 10분이 걸리지 않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을 꼭 나란히 앉아 가야 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어도 함께 차를 탔으면서, 같이 앉을 좌석을 놔두고 각자 다른 좌석에 앉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여길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점 서로 다른 생각이 바로 그와 나와의 거리였다. 내가 앉은 경로석과 일반석과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가 그와 나 사이에 있었다.

 그는 혼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위하여 옆에 아는 사람이 앉아 있는 게 싫었는지 모른다. 스스럼없이 경로석으로 가라고 말하는 그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경로석에 홀로 앉았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그를 보면서 내게 무슨 까닭이 있지는 않은지, 잠시 되돌아 보다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전철에서 내렸다. 중앙선은 4번 출구 방향에 개찰구가 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상 4번 출구로 나오는 나에게 그는 그냥 돌아가라고 한다. 자기를 바래다 주기 위하여 내가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짧은 시간, 차에서 내려 중앙선 승강기 앞까지 가는 시간도 그는 나와 함께 걷는 것이 꺼려졌을까. 갑자기 그와 내가 아주 먼 거리에 있었다. ‘내 집 가는 길’이라고 짧게 말한 후, 그의 말을 뒤로 하고 4번 출구를 향해 걸었다. 계속 돌아가라고 하는 그의 말은, 나와는 더 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4번 출구 앞에서 헤어졌다.

 개찰구를 나오면서 스스로의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고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 ‘편한 상대’였다.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무슨 거리를 재고 있는가. 가장 쉽고 거리낌 없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 세월을 살아가는 지혜이지 싶었다.  

 

최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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