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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소나무가 그린 그림
기사입력 2019-07-12 07:00:1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나무가 기고 있다. 소나무가 땅에 바짝 붙어 곡선을 만들어 내며 반원의 그림을 연출한다. 처음엔 내 눈이 잘못되었나 했다. 어인 일인가. 서울대공원 담장 외곽의 푸른 언덕, 기세 좋게 위로 솟구쳐야 할 창창한 때에 몸을 틀어 바닥을 기며 살아낸 나무에 눈이 맞았다. 그 삶을 유추해보건대 애처롭고 대견하다. 힘겨운 고비를 무수히 넘겼을 터인데, 저만치 담장 곁에서야 겨우 잔가지를 뻗어 하늘을 이고 있다. 저 지점까지 도달하는 동안 얼마나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사람이 엎드린 채 턱을 들 듯 가까스로 받침목에 의존해 하늘을 볼 수 있는 나무의 생장에 가슴이 떨려온다.

 밑동이라 해야 내 두 손 안에 쏙 들어올 굵기이다. 키가 저리 껑충 자라는 수령 속에서 겪었을 아픔을 헤아려 본다. 주변에 조릿대가 채워져 있었더란다. 그 틈에서 어쩌다 솔의 씨가 싹을 틔웠는지, 아니면 어린 묘목을 심어 두고 가꾸질 못해 저리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나 소나무는 생명이 주어진 이상 자라나야 했다. 하나 성장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원활하질 못해 바로 설 수가 없었겠지. 차지고 번식력 강한 조릿대의 기세에 눌려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서걱거리는 부대낌 속에서 그만 몸을 뉘고 가느다란 호흡으로 명을 이었으리라. 땅에 찰싹 붙은 각진 몸뚱이가 그때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어린 소나무는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옆으로 우회하여 숨을 쉬며 새 가지를 살금살금 내밀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히는 지혜도 터득해 나갔을 것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 빼곡한 틈을 비집으며 한 줄기 햇살에 나이테를 키우고 한 자락 바람에 표피를 부풀리며 댓잎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한 모금 한 모금에 갈증을 해소했으리라. 그래서 지금은 성장기의 훼방꾼이었던 조릿대는 베어지고 어엿한 장수나무로 추앙받으며 자신의 일대기를 들려주는 우뚝한 자리에서 지나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람도 애초부터 나는 자리가 달라, 박토나 다름없는 현실이 주어졌다면 몇 마디 말로 해결 안 될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길에서 때로 낮아지고 수그리며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하리라. 그렇지 않고 성한 기운만 내세우다 보면 지레 성장점을 해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은가. 또 몸이 연약해 조심조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더 이상의 응원이 필요 없을 곡선의 미를 확인한다.

 

김선화(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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