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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ㆍ일 무역전쟁의 서막
기사입력 2019-07-17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일본은 기습공격을 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4일 0시를 기점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일본의 예상되는 추가 보복조치들도 위협적이다. 일본 정부는 공청회를 거쳐, 7월 말 정부 훈령을 개정해 ‘화이트리스트’를 수정할 방침이다. 이 리스트에서 빠지면 지금까지는 ‘포괄적 허가 사항’으로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제 허가를 받는 데 9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관세 인상이나 송금 규제 가능성도 있고, 수출 규제 강화 대상 품목을 확대해 나갈 수도 있다. 한국인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관리해 기업들 간의 경제 교류를 막을 수도 있다.

 미ㆍ중 무역분쟁은 표면상으로나마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반대로 일본은 한국이 상당한 무역흑자를 가져다 주는 구조 하에 있는데 상식적으로 조금 엉뚱하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에 5조7,926억엔 규모의 수출과, 2조2,421억엔 규모의 무역흑자를 가져다 주는 3위 수출 대상국이자 무역 흑자국이다(2018년 기준).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자해적 조치’라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일본이 한국에 중요한 정도보다, 한국이 일본에 더욱 중요한 무역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에 약 50여 년간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다. 즉, 한국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일본으로 향하는 수출을 지속적으로 상회해 대일 무역적자국에 해당한다. 거시적으로만 볼 때 양국 간의 교역이 끊기면, 일본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피해를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무역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판단이 서기도 하는 것이다.

 급기야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불매운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한 연예인은 이런 시점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지탄을 받는가 하면, 어떤 연예인은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며 응원을 받기도 한다. 유니클로, 혼다, 미쓰비시 등의 주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미 일본기업들 사이에는 이러한 움직임에 상당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아시아국들과 함께 초국가적인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경우, 일본은 스스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한국뿐 아니라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일본은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일본의 주요 산업들도 글로벌 공급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치명타가 예상된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그리고 주요 핵심소재 및 부품의 영역에서 일본에 의존적인 경제구조 하에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교역은 주로 같은 산업 내에서 수출과 수입을 통해 원자재-중간재-완제품을 주고받는 구조다. 한국의 제조업은 핵심기술 및 핵심소재가 상당부분 일본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주력 산업에서 수소경제 등의 신산업에 이르기까지 파급영향이 상당하고,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전망이다.

 주력 산업의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가 불가피하다. 주력 산업의 전후방 산업에 걸친 주요 영역으로 기업들이 다각화해 나가고, 신규 투자를 이끄는 대책들도 요구된다. 지나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경향 속에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 나가야 하겠다. 다만 이는 중장기적인 관점이다. 단기적으로는 해법이 되기 힘들다. 국산화하는 데 3년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단기적 대책들도 요구된다. 공급사슬 상에 있는 여러 국가와 공급체제를 구축해 단기적 공급압력을 막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물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3대 소재 품목들 같은 경우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기술 수준의 격차가 있어 충분한 대체 공급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지라도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 공급라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외교적 해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를 위탁 생산하거나 완제품을 만드는 미국과 중국 등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긴급 안건으로 올렸다. 본 이사회에서 일본이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발언을 할 예정이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세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무역체제 하에서 주요국들의 중재를 이끌어 내야 한다.

 관계회복을 위한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당장은 서로 상충하기보단 관계회복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실무자 간의 소통채널을 마련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 맞은편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달려오면, 피해 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광석(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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