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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회
기사입력 2019-07-18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중국 전국시대의 위 나라에서 축성(築城)과 수리(水利)를 전담했던 백규(白圭)라는 인물이 있다. 치수를 잘 했던 재상으로서 노자(老子)에 의해 재차 거론되면서 알려진 사람이다. 노자는 천 길이나 되는 높은 둑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만든 작은 구멍으로 말미암아 무너지는데 백규는 둑을 순찰할 때 그 구멍을 살펴 막았다며 칭찬했던 일화가 있었다.

이후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고사성어로 후대에 알려진 이 이야기는 천 길이나 되는 높이의 둑이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 거론되거나 구멍만 잘 매우면 큰 둑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효율성을 강조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중국에 ‘제궤의혈’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적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커져서 많은 노력을 들여서 해결해야 할 때 사용하고 있다. 호미로 막아야 할 일은 호미로 막고, 가래로 막아야 할 일은 가래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를 동원해서 막고 있다면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안전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세부적이면서 절대적이다. 건축행위를 하는 모든 대지는 추락이 생기지 않게 난간이 되어 있어야 하고 건축물의 창이 있는 곳에는 어린이들이 올라가거나 추락이 생기지 않도록 높은 난간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화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마찬가지다. 화재에 취약한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화재가 번져나가지 못하게 방화구획을 하고, 방화문 등을 포함하는 방화구획은 연기의 유입을 철저하게 방지하기 위해 빈틈없이 설치되도록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지진에 대한 안전을 위해 모든 건물에 내진성능을 갖추도록 하고 있으며 낭비되는 열 손실이 없도록 모든 건물에 최고 기준의 단열 성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문제로 대두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한다는 목적으로 절대 동일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오랫동안 해오던 사회통념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도 전에 사건으로 발생된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새로운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목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요소를 미리 차단함으로서 당장의 어려움을 방지하고 사회적 이슈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을 피했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재에 대한 예방을 목적으로 한 과도한 차단은 열려 있다기보다 벽으로 둘러 싸여 있어 범죄에 대한 우려를 불러올 수 있고 단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환기의 부족으로 인한 공기의 질이 낮아져 공기순환장치를 추가해야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지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건축물 자체의 과도한 무게 증가로 인해 비용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요소에 집착할수록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며 건설비용의 증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고정비용 증가로 경제적 활동의 제약으로 번질 수 있다. 집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비싸질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단열이 부족한 집에 살 수도 있고, 위험해 보이지만 난간이 없는 집에 살 수도 있다. 무너질 듯 지진에 취약하지만 지진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에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야구장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이라면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빠른 야구공이 관중석으로 날아들지 못하게 그물망으로 시야를 가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든 미국의 경기장은 관중들이 좀 더 경기장의 가까운 곳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가급적 그물도 없이 근접해 있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야구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위험을 피해 귀하게 관리받는 온실 속 화초에 대해 사람들은 면역력이 없어서 온실을 벗어나면 죽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사건이 생겨서 사건에 대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위험에 대한 완벽한 차단을 약속하는 분위기는 당장은 해결되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은 사회를 병들게 만들 것이다. 위험한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는 위험을 극복할 수 있어야 된다. 근원적인 차단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험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미로 막을 일은 호미로 막고 가래로 막을 일은 가래로 막아서 일률적이지 않고 개인의 다양성과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법구(라임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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