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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휴식이 필요해
기사입력 2019-07-19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초여름 땡볕에 부지런히 일을 하여 주인에게 영양 가득한 열매를 공급했던 블루베리 나무가 이제 본분을 다하고 앙상한 꼭지만 매단 채 서 있다.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전지 가위를 손에 쥐고 옥상으로 향한다. 부직포의 화분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는 몇 년 사이에 부쩍 커 버렸다. 마른 꼭지 타래를 뚝뚝 가위로 잘라낸다. 웃자라 삐져 나온 순도 다듬어 준다. 그리고 엉키고 겹쳐진 가지도 솎아낸다. 작업을 끝내고 바라보니 바람이 잘 통하고 이발을 한 것처럼 단정해 보인다. 7월에 가지치기가 합당한지 그것은 잘 모른다. 그냥 나무를 바라보았을 때 다듬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일었을 뿐이다. 그리고 열매를 키우느라 힘들었을 나무가 이제는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좀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혼 10년 차를 바라보는 아들이 며느리가 바쁜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올 때가 있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아들은 자신이 쓰던 방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어느 때는 코를 골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학창 시절에 모아놓은 만화책 ‘슬램덩크’를 다시 보기도 하며, 때론 스마트폰을 열고 여유를 갖는다. 나이 40이 지척인 자식이지만 부모의 눈엔 안쓰러움만 보인다. 직장생활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꾸려 가려면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퇴근 후에도 편히 쉬기가 어렵다. 아직은 젊으니까 하고 밀어붙여도 보지만 속마음은 늘 그렇다.

 지난 주말,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딸네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짐도 풀지 못하고 부랴부랴 저녁식사를 준비해 마치고 나자, 딸이 말하길, 주말이니 이틀만 더 쉬었다가 간단다. 외손녀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좋아라고 뛰어논다. 잠시 후에 아들네 아이들이 도착하여 벨을 누르고 뛰어 들어와 합세를 하니 집안은 금세 놀이터가 돼 버린다. 나는 열지도 못한 여행 가방을 안방 깊숙이 옮겨 놓고 찬물을 한 컵 들이킨다.

 안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앉아 눈을 감는다. 나름 피로를 풀기 위해 명상에 들어간다. 솔바람 시원한 여름 숲에 해먹 하나 걸어 놓고 거기에 몸을 누인다. 이목구비로 녹색 숲의 청량함이 스며든다. 몸까지 흔들흔들 바람을 타고 있는데, 왁자지껄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눈을 번쩍 뜬다.

 

이순금(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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