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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균형발전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기사입력 2019-07-23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1월에 재정 24조1000억원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주요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논란이 발생했다. 정부는 균형발전과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예타를 면제시킬 만큼 시급한 것인지와 또 다른 4대강 사업이라고 폄하하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6월에는 생활SOC 구축에 3년간 48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모두가 10분 이내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에 접근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이다. 최근의 투자정책이 경제 문제인지 균형발전을 내세운 정치 문제인지를 차분하게 짚어봐야 할 것 같다. 토건투자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수혜자를 건설업체로 지목하지만 정작 산업체는 시큰둥한 표정이다. 당장 눈앞의 시장이 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의 최종 목적지가 전국에 동일한 수준의 생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균형발전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목적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을 통해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역 간의 불균형 해소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암묵적으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기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의미하는 것 같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분명히 했다. 통일이 이뤄지면 균형법과 정비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 인구와 산업의 집중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 사업은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사업자는 생활환경, 인재수급, 공공건축 등 인프라 문제를 감안하여 수도권 지역을 선택했다. 당연히 탈락한 지역은 균형법과 정비법 등을 무기로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우리 인구의 도시집중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90% 이상이다.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 고용정보원의 2018 연구에 따르면 30년 이내 전국 지자체 중 39%가 인구 감소로 행정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이 2월에 밝힌 자료도 군 지역 인구는 감소하지만 도시 지역의 인구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했다. 도시로 인구가 모이는 이유는 일자리가 있고 인프라가 정비되어 있으면서도 생활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도권과 지방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완화시키려는 목적으로 군 지역에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더라도 인구의 역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구를 유인하는 것은 편의성보다 당장의 생계와 연결된 일자리이다. 개발시대에는 산업단지가 인구를 빨아들이는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구 이동 통로가 변했다. 서비스 산업은 기본적으로 인력 공급 여력에 좌우된다. 하지만 균형법에 명시된 것처럼 지역 특성이 반영된 자립적 발전을 촉진시킬 산업 투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고 싶다. 산업단지에 얽매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균형발전을 위한 우리 정부 정책은 인구와 산업을 분산시키는 마이너스 기조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수도권 이주 인구로 채워졌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는 이동했지만 산업은 이전하지 않았다. 지역 내 인구가 구도심권에서 혁신도시로 이주하면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뺄셈 정책에 혁신의 필요성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일본의 지역 균형은 기본이 플러스, 즉 덧셈 정책이다. 오키나와에 구축된 일본판 카이스트가 대표 사례다. 오키나와과학기술원(OIST)은 지역 특성이 100% 반영된 해양생물 및 해양에너지에 연구 역량을 집중시켰다. 개원한 지 10년이 채 안 되었지만 국제지명도를 얻었고 일본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한국의 빈대떡과 파전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곧 인구 유입 촉진제 역할임을 증명한 셈이다.

 세계는 현재 국가 간의 경쟁을 넘어 도시 간의 경쟁 시대다. 도시 간 경쟁은 대표 도시 간의 경쟁이지 모든 도시는 아니다. 뺄셈 정책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한국 안에서 도토리 키 재기 경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내 대표 도시, 대표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 내야 국가 간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경쟁이 주도하는 시대다. 과거 성공에 얽매인 아날로그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균형발전보다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신사업 모델 개발이다. 과거에 성공했고 알고 있는 산업 내 사업 모델로는 일자리 확충이 불가능하다.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사업 모델 개발과 창조형 인재 양성에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과거 성공신화는 선진국 따라 하기였다. 따라 하기는 약효가 이미 소멸됐다. 신산업과 신사업을 선도할 새로운 모델을 찾는 데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의 종착역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이복남(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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