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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쌀 한 가마니
기사입력 2019-07-29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자식들과 손주들이 모두 모여 외식을 했다. 예약한 식당에 도착하자 커다란 철판에 각종 해산물이 가득 나왔다. 해산물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것으로 식사는 끝났다. 먼저 식사를 마친 어머니가 주변을 살펴보시다 식당 벽에 붙은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라신다.

 “아이구야, 쌀은 한 톨도 안 먹었는데 밥값이 쌀 한 가마니 값보다 많으냐.”

 어머니의 가치척도는 쌀값이다. 어떤 물건의 값과 쌀값을 비교해 보고는 싸다 비싸다를 가늠하신다. 평생 농사를 지은 어머니의 계산법이다. 다른 물가는 다 올랐는데 오르지 않은 것은 쌀값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라고 늘 말씀하신다. 전에는 쌀을 팔아 자식들 등록금도 내고 생활도 했는데 귀하디 귀한 쌀이 왜 이렇게 싼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신다.

 농산물 가격은 쌌다 비쌌다를 반복하는 것 같다. 풍작이면 값이 싸고 흉작이면 비싸다. 흉작일 때 값이 오르면 바로 수입을 해서 가격조절에 들어간다. 농사를 짓는 어머니는 이 부분이 불만이다. 비쌀 때만 가격조정이 들어가서다.

 올해는 양파와 마늘값이 풍작으로 급락했다. 며칠 전 아들이 양파를 무려 40㎏이나 보내왔다. 지인이 양파를 팔아달라고 해서 20㎏ 한 망에 1만원, 택배비 포함해 1만6000원에 샀다고 한다. 망채로 두면 수분이 많은 양파가 금방 썩을까봐 40㎏의 양파를 자루에서 꺼내 뒤란에 나란히 펼쳐놓았다. 엄청난 양이다. 옆집에 좀 나눠주고, 피클을 담가 어머니도 드리고 시동생네도 줬다. 그래도 남은 양파가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다. 경험상 반은 먹고 반은 썩어서 버릴 것이다. 장기 보관방법을 검색했다. 양파 카라멜라이징이 떴다. 양파를 씻고 썰고 볶았다. 완전 중노동이다. 불앞에 1시간을 넘게 젓고 또 저었다. 덥고 팔이 아프다. 멋모르고 한 번은 하는데 두 번은 못하겠다. 아마도 양파 농사를 지은 분들도 내년에는 양파 농사를 짓지 않으리라 결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또 파종시기가 오면 다시 양파를 심지 않을까? 어머니가 쌀값이 싸다고 하시면서도 봄이 되면 벼를 심고 가꾸듯이.

 결혼해서 지금껏 어머니가 주신 쌀을 공으로 먹었다. 쌀값이 얼마인지는 관심에도 없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도 쌀이 있는 코너는 그냥 지나쳤다. 남편이 조기퇴직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어머니의 쌀농사를 거들고 있다. 시기에 맞춰 벼를 심고, 논에 물이 마르지 않게 수시로 물꼬를 보러 다니고, 논둑의 풀을 깎는다. 들에만 갔다오면 땀으로 옷이 흠뻑 젖어서 온다. 왜 아버님이 생전에 쌀 한 톨 콩 한 톨도 귀히 여겼는지를 알 것 같다고 한다. 자식같이 길러낸 것들이 제값 받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권혜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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