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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위로의 열매
기사입력 2019-07-30 06: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무화과(無花果)를 ‘꽃이 없는 과실’이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이 필요한데, 어찌 꽃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무화과 나무도 꽃이 있다. 열매 속에서 내밀하게 꽃을 피우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열매를 두 쪽으로 갈라 속을 찬찬히 살펴보면 붉은 꽃술들이 표피 안쪽 벽에 촘촘히 모여 있는데 그게 바로 꽃이다. 열매라고 생각하고 먹는 것이 바로 꽃이기에 무화과를 먹는다는 말은 곧 꽃까지 먹는 셈이다.

  열매 속에서 꽃이 피는 무화과는 때가 되면 제 몸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과육이 익을 무렵, 열매의 끝 부분에 구멍이 조금 열리는데 개미들이 드나들며 먹이를 구한다. 열매 속에는 많은 당분을 지니고 있기에 먹을거리로는 그만이다. 이어 초파리들이 찾아오고, 더 익으면 나비와 벌들이 날아와 과즙을 취한다. 드디어 열매가 벌어지면 까치나 직박구리가 과육을 찍어 먹고 나면, 마지막 속살까지 들쑤성거리며 독판을 치는 놈은 말벌이다. 그래도 불평 한 마디 없다. 나무 한 그루가 이토록 많은 생명체를 불러들여 여름 내내 잔치를 베푸는 과실이 어찌 흔하랴. 이는 크고 작은 열매들이 차례대로 익어 가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넓적한 잎사귀는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기에 그 밑에 초석을 깔면 쉼터로도 안성맞춤이다.

  이런 무화과 나무를 낮추어 보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지 싶다. 겉으로 핀 꽃만 꽃이라 여기며, 속으로 핀 꽃을 알아주지 않음은 야속한 일이다. 무화과 나무인들 눈길을 끄는 겉꽃으로 피어 누군가를 향하고 싶지 않았으랴. 어찌 붉게 피어 훈풍에 흔들린 만큼 더욱 붉어지고 싶지 않았겠는가. 꽃은 안으로 안으로만 스며들어 애오라지 숫저운 꿈을 엮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을 터이다. 겉꽃만 화려할 뿐 쓸모없는 열매를 맺는 것보다 더 낫지 않으랴. 피어 시들기보다는 차라리 열매 속에 고이 머무는 길을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동안 엮어 온 세월을 되작여 본다. 겉꽃이 빈약하다고 꽃 시절이 없었다고 불평하거나 서러워하지 말 일이다. 저 무화과를 보라. 스스로 깊어가며 속으로 꽃을 피우고 있질 않은가. 시선을 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등을 다독여 주는 위로의 열매이지 않은가.

                 

정태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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