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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공격과 수비
기사입력 2019-08-02 10:08:5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요즘 발바닥과 다리에 통증이 생겨 치료를 위해 침을 맞으러 간다.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번호가 달린 방으로 들어간다. 보통은 누워서 치료를 하지만 이곳은 앉아서 침을 맞는데 대공원의 코끼리 열차처럼 서로 마주 보는 의자에 앉아 팔과 다리를 걷는다. 각자 아픈 곳은 달라도 목적은 하나. 병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다.

 여기 와 보면 물론 젊은 환자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어 감을 실감한다. 나도 그중 하나이나 아직은 명함을 내놓지 못할 순서이다. 칠팔십 대의 어른들이 소소한 대화로 기다리는 시간을 채워간다.

 연세가 지긋한 맞은편 쪽의 할머니는 말없이 무표정하게 앉아 계신다. 어쩌면 아픈 곳이 너무 많아 말조차 하기 싫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치료를 포기한 것은 분명 아니다. 이른 아침에 여기까지 온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이 시간에 맞춰 매일 출근하듯 도장을 찍고 침으로 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을 아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방 같은 이곳은 환자들이 원근에서 모인다. 낯익은 얼굴도, 낯선 모습도 있지만 잠시 후면 거리낌 없이 하나가 된다. 남의 얘기에 끼어들어도 이상하게 보지 않으며 십년지기처럼 부담 없이 대화가 오간다. 몸의 사지에 침을 꽂고 움직임도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말로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노인들은 사는 날까지 두 발로 걷다가 세상을 하직하길 소망할 것이다. 여기 침방에 마주 앉은 어른들도 모두 같은 꿈을 꿀 것이며 나도 그러하다. 내발로 자유롭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젊을 때는 알기 어렵다.

 이곳은 공격과 수비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질병이라는 공격수와 의사라는 수비수가 있으니 그렇다. 공격수는 변화무쌍한 무기를 가지고 휘두르고 수비수는 약과 침이라는 방패로 그들을 막아낸다. 환자마다 증상도 다르고 치료도 다르다. 그러나 수비수는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는 게임임을 알면서 오늘도 싸운다. 환자의 아픈 곳을 다 고쳐주는 의사도 없지만, 의사 때문에 병마도 함부로 힘을 뻗지 못하니 둘 사이는 앙숙지간이 분명하다. 인간의 육신을 놓고 그들은 영원히 대치할 것이다. 

 

이순금(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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