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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동 칼럼] 공공기관 ‘갑질’의 종언을 고대하며
기사입력 2019-08-05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건설산업에도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애써 외면하던 건설산업에 재람 문재인 정부의 프레임이 바뀌면서부터다. 정부는 예타 면제 등을 통해 SOC사업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었다. 극심했던 수주난 완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케케묵은 규제도 이젠 역사박물관으로 보내려 하고 있다. 건설산업을 옥죄던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도 이젠 쓰레기통에 버리려 한다.

 

 우리나라 각종 경제지표의 하방압력이 거세다. 미·중 무역 갈등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일본 수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치솟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미끄럼을 타고 있다. 한은은 지난 1월 2.6%로 예상했었다. 4월에 2.5%로 0.1%포인트 낮춘데 이어 7월엔 2.2%로 내려 잡았다.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에 건설투자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인지는 몰라도. 공공부분 건설투자 여력을 총동원할 태세다. 정부는 지난 1월 총 23건, 24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이중 연구개발 분야 3조6000억 원을 제외한 20조 원 가량이 SOC사업이다.

 

 정부는 또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민간과 공공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총 8조원 규모의 민간투자 사업이 조기 착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기관도 내년 이후 계획 분 1조원 이상을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올 공공기관 건설투자 목표액은 54조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도시재생과 어촌 뉴딜, 생활 SOC사업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해묵은 제도에 대한 개선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특징지어지는 공공기관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유교가 온 나라를 지배했던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은 '사농공상(士農工商)'과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이 지배했다. 이 때부터 관(官)은 생태계 최상위자로서 반칙(?)의 특권을 누렸다. 이러한 도도한 흐름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산업은 진입부터 인허가 시공 등 전 과정이 넝쿨 규제로 둘러 쌓여있다. 최근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적용도 전무했다. 그만큼 풀기 어려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많다. 규제는 공공기관 힘의 원천이다. 규제가 많으면 곧 ‘갑질’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에 둘러싸인 건설산업은 심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행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반발할 수 도 없는 노릇.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의 괘씸죄가  두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외친다. 공정경제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현 정부 3대 경제정책의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지난해 7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어 올 2월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를 제시했다. 지난달에는 ‘갑질 근절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최근엔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의 갑질 차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공공기관의 ‘룰 메이커’역할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은 공정경제 실현의 마중물로서 민간기업 불공정거래를 줄이려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의 거래조건은 민간기업 간 거래에도 중요한 근거나 기준이 되기에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조아래 이날 회의에서는 ‘모범 거래모델’을 마련해 배포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아 나가기 위한 것이다. 모범 거래모델은 기관별 맞춤형으로 추진된다. 기관별 맞춤형에는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를 산정할 때 조사 가격 중 최저가격이 아닌 평균가격을 적용하는 것도 제시됐다. 또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기준 항목의 공사수행능력 배점을 높이는 개선안도 포함됐다. 이들 모두 적정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한 제도개선이다. 여기에 설계변경, 공기연장, 납품기일 지연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불공정 계약조건 개선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민·관·정 및 공기업 대표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여 ‘공공건설 상생협력 선언식’도 열었다. 여기서는 불편부당한 관행을 개선해 공정한 공공거래 질서를 구축하기로 했다. 더불어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공공건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SOC 확대와 공공건설시장 정상화를 위한 외침은 화려하다. 하지만 아직도 체감경기는 냉골이고 현안은 산적해 있다. 공공공사 확대를 업계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건설기성이 17개월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장기계속공사 간접비 부담도 진행형이다. 간접비 관련 ‘몸을 옷에 맞추라’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주 52시간에 따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조기 풀어야 할 숙제다.

 

 늦었지만 다양한 처방전이 나오고 있다. 시우지화(時雨之化,때에 맞춰 내리는 비는 만물을 살린다)란 생각이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비용과 위험 전가 등 ‘갑질’은 예사였다. 이같은 문화를 혁파해 공정사회의 꽃이 활짝 피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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